[ 박종서 기자 ] 올해 지구촌에서는 그 어떤 해보다 충격적인 뉴스가 많았다.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했고, 미국에선 예상을 뒤엎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아니라 사업가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유럽에는 세계화에 대한 반발과 함께 반(反)이민, 반(反)이슬람 정서가 널리 퍼졌다. 산유국들이 원유 감산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국제 유가는 약 2년 만에 반등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에서는 강성 리더십이 부각되며 이른바 ‘스트롱맨 전성시대’가 열렸다. 브라질에선 첫 여성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고, 독일의 여성 총리는 4연임 도전을 선언했다. 올해 주요 국제 이슈를 가로·세로 20개 문제로 구성된 낱말 맞히기 퍼즐에 담았다. 문제를 하나하나 풀다 보면 격동과 격랑의 ‘원숭이 해’를 정리할 수 있다.
가로
(1)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용어. 지난 6월 국민투표로 결정됐다. 영국은 EU 탈퇴를 규정한 리스본조약 50조를 내년 3월 발동할 계획이다. 영국은 EU 단일시장 접근권을 지키면서도 이민자 유입을 금지하려는 뜻을 이루려 하지만 EU는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2) 미국의 대표적 전기자동차 제조회사로 엘론 머스크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다. 지난 5월 자율주행모드(오토파일럿)로 운행하던 이 회사 자동차가 하늘과 트럭을 구분하지 못해 처음으로 운전자 사망 사고를 내 안전성 논란에 휘말렸다.
(3) ‘사회주의의 바이블’로 평가받는 자본론의 저자. 내년은 자본론 1권이 출간된 지 150주년이 되는 해다. 자본론은 모두 3권으로 구성돼 있으나 1권을 제외한 2권과 3권은 저자 사후에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정리했다.
(4) 이집트 숲모기나 국내에 서식하는 흰줄숲모기 등이 매개하는 병원체. 신생아 소두증과 뇌신경 장애 유발 가능성을 높인다. 브라질에서 창궐해 지난 8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제31회 올림픽도 타격을 입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비상사태를 해제했다.
(5) 미국 중앙은행(Fed)의 주요 통화정책 수단 중 하나. Fed는 지난 14일 1년 만에 이것을 0.25~0.50%에서 0.50~0.75%로 올렸다.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에 두 차례 정도 더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Fed는 세 차례 올릴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6)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지난 2분기 현재 100분기 연속 경기침체를 겪지 않았던 국가. 경기침체가 없었다는 의미는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견실한 성장을 이뤄왔지만 중국의 경기성장세 둔화 등에 따른 원자재값 급락 여파로 지난 3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0.5% 하락했다. 영연방국가 중 하나.
(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수식어. ‘울트라 인사이더’로 불린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후보와 달리 미국의 기성 정치권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쓰인다.
(8) 터키 대통령. 지난 7월15일 발생한 군부의 쿠데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반대파와 언론인을 대대적으로 숙청해 EU 등 국제사회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9) 정책의 현실성이나 가치판단 등 본래의 목적보다는 일반 대중의 인기에 영합해 목적을 달성하려는 정치 형태. 대중인기영합주의라고도 한다. 난민 유입과 경제불황 등의 요인이 겹쳐 시민의 불안이 커진 유럽에서 세력을 얻고 있다. 이탈리아 ‘오성운동’, 프랑스 ‘국민전선(FN)’, 독일 ‘독일을 위한 대안(AfD)’ 등이 대표적이다.
세로
(1) 세계 3대 유종으로 미국 서부텍사스원유, 두바이유 등과 함께 국제 원유시세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이들 원유 가운데 가장 비싸게 팔린다. 영국과 노르웨이 등으로 둘러싸인 북해에서 생산된다. 2014년 배럴당 115달러를 넘어선 이 원유의 가격은 올해 1월20일 27달러까지 추락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 산유국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지난달 30일 감산합의 이후 배럴당 50달러대에 거래된다.
(2) 중국 국가주석. 지난 10월27일 폐막한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에서 ‘핵심(核心)’이라는 칭호를 부여받을 만큼 1인 독재 체제를 강화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인물이 두 번째 임기가 끝나는 2022년 이후에도 권력을 놓지 않고 장기집권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3) 필리핀 대통령으로 ‘마약과의 전쟁’을 이유로 재판 없이 용의자를 사살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미국과 EU가 인권유린을 지적하자 상관하지 말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4) 권위주의적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러시아 대통령.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칭찬했고, 트럼프 당선자는 그를 “훌륭하다”고 치켜세우면서 ‘브로맨스(남자끼리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5) 지난 11월25일 사망한 쿠바 공산혁명 지도자. 그는 1959년 친미정권을 무너뜨리고 공산정권을 세웠다. 위대한 혁명가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야만적 독재자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쿠바를 방문해 관계 정상화에 나섰으나 트럼프 당선자는 쿠바에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6) 지난 8월 탄핵당한 브라질의 첫 여성 대통령. 연임에 나섰던 2014년 대선 당시 국영은행 돈을 빌려 재정적자를 줄인 것처럼 꾸몄다는 이유로 탄핵됐다. 산유국인 브라질은 유가 하락 충격으로 지난해 GDP가 3.8% 감소했다. OECD는 올해 전망치도 -3.4%로 전망했다.
(7) 지난해 미국 등 주요 6개국(유엔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핵협상을 타결하고 경제제재가 풀리면서 올해 국제사회에 본격 복귀한 중동 국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와 더불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3대 산유국이다.
(8) 지난 3월 벨기에 브뤼셀, 6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7월 프랑스 니스에 이어 지난 19일 독일 베를린에서도 발생했다. 대부분 급진적인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소행으로 알려졌다. 무고한 민간인을 겨냥한 경우가 많아 국제사회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9) 2011년 이후 6년째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중동의 한 국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과 그의 억압적인 통치에 반발하는 정부 반군 간 내전으로 그동안 약 40만명이 숨지고 500만명에 가까운 국외 난민이 발생했다.
(10) 4연임을 노리는 독일 총리. 중동에서 100만명 이상의 난민을 받아들였다가 반(反)이민 성향의 정당 등으로부터 정치적 공격을 받고 있다.
(11) 지난 4일 개헌 국민투표를 치른 국가. 마테오 렌치 총리는 경제 발전을 위해선 상원의 권한이 줄어야 한다며 개헌을 시도했지만 좌절되자 물러났다. 재정 악화로 국가 경제가 어려워지는 가운데 544년 된 세계 최고(最古) 은행이자 국내 3위 은행인 ‘방카몬테데이파스키디시에나(BMPS)’는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처지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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