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정용진의 네 가지 무기

입력 2016-12-30 14:08


(생활경제부 김용준 기자) 엊그제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하 정용진)에 대한 기사를 썼다.(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6122812471&intype=1) 그가 생각하는 유통의 미래, 그의 경영 코드 등에 대한 내용이었다. 기사를 쓴 이유는 그를 2016년 유통업계의 리더라고 부를 만 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뉴스메이커 정용진>

실제 정용진은 뉴스메이커였다. 올 초부터 이마트를 통해 소셜커머스 업체인 쿠팡과 가격전쟁을 벌였다. 온라인 채널인 SSG닷컴은 광고업계와 마케팅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9월에는 스타필드하남 문을 열며 유통의 미래를 보여주겠다고 나섰다. 신세계도 올해만 두개의 면세점 면허를 받아 면세점 대전에서 가장 큰 수혜를 받았다. 업계 라이벌 롯데가 검찰수사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이 신세계는 질주를 이어갔다.

질주 비결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몇가지가 떠올랐다.

우선 다른 오너들과 달리 직접 무언가를 끊임없이 시도한다. 사업적으로는 피코크와 노브랜드 스타필드 등이 그가 주도한 프로젝트다. CEO들로부터 사업보고를 받고, 사인만 하는 오너들과는 약간 다른 모습이다. 오너보다 CEO에 다가가 있다.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성공확률이 0%지만, 시도만 하면 그 확률이 50%가 되는 이치를 그가 알고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스스로 오너가 아닌 CEO가 되고 싶어 하는 모습이 엿보인다고 평하는 게 적합할 듯하다. 정용진도 재벌가 3세다. 하지만 사회의 적대감은 상대적으로 적다. 아마도 이런 줄기찬 시도에 대한 사회적 평가도 들어가 있다고 봐야할 듯하다.

<사회와의 벽을 허물다>

그는 이런 시도를 자신과 회사 내에 머물게 하지 않는다. 직접 콘텐츠를 들고 SNS의 공간으로 달려간다. 이곳에 알리고, 고객들과 대화한다. SNS를 통해 고객과 만나는 거의 유일한 대기업 오너다. 이 지점에서 사회와의 벽이 또한번 허물어진다. 이를 두고 그가 <실패학교>를 다녀왔다고 평하는 사람도 있다. 과거 그는 트위터 때문에 곤혹스런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이후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주로 페이스북을 활용한다. 정용진의 페이스북을 보면 이마트의 미래가 보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적극적으로 쓰고 있다. 그는 이런 과정을 거쳐 고객 및 사회에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정용진이 인터넷에서 재벌삼촌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의를 하는 것도 이런 벽을 허무는 일이었다.

<사업과 삶의 거리를 좁히다>

그가 애착을 갖고 있는 사업의 공통점이 있다. 삶과 사업간 간극이 좁다는 것이다. 삶의 문제를 사업으로 연결시킨다.

식품만 해도 그렇다. 이마트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은 식품이다. 그도 음식을 즐긴다. 식품을 직접 연구할 정도로 애정이 깊다. 그의 사무실을 채우고 있는 피코크와 노브랜드 제품이 그것을 보여준다. 피코크가 판매할 모든 제품을 맛보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이마트에는 전자 전문점 일렉트로마트가 있다. 이 사업도 정용진이 주도했다. 그는 40대 후반이다. 40대 후반 남자들이 즐겁게 쇼핑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곳에 본인이 놀고 싶은 것을 잔뜩 가져다 놓았다. 자신의 욕구와 비즈니스를 연결시키며 같은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켰다. 스타필드하남에는 놀이시설, 스포츠시설, 쇼핑센터, 식당가 등이 모두 들어가 있다. 어쩌면 그는 자신이 꿈을 이곳에 옮겨 심었는지도 모른다.

<원죄로부터의 자유>

세금에 대한 코드는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에서 세금에 대한 코드는 보안관에 가깝다. 서부개척시대에 기원이 있다. 경찰도 없고, 군인도 없던 시절. 서부로 간 사람들은 안전을 위해 보안관을 샀다. 돈은 사람들이 한푼 한푼 모았다. 이것이 미국에서 세금에 대한 인식을 형성했다.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공동체의 안전을 해치는 행위로 본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국세청 직원들은 총기를 소지하는 것을 알려져 있다.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에 대한 처벌도 엄격하다. 과거 미국의 사업가 마사 스튜어트가 발찌를 타고 있는 장면이 세계로 방송됐다. 이유는 한국 돈으로 4500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은 다르다. 오랜 기간 세금을 제대로 낸 사람만 손해라는 인식이 있었다. 지금도 제대로 세금을 내는 것은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조선시대 이후 세금에 대한 코드는 수탈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정용진은 이런 면에서 자유롭다. 2006년 그는 "1조원의 세금을 내고 상속받겠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그리고 실행했다. 당시로서는 파격이었다. 재벌들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수단을 동원할 때였다. 정면돌파를 통해 그는 ‘원죄’없이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기업인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하루 아침에 생기거나 바뀌지 않는다. 오랜기간 하나 하나가 쌓여 인식이 된다. 이런 면에서 2006년 1조원 세금을 내고 상속받겠다는 발표는 정용진에게는 대중적 CEO가 되는 출발점이었는지도 모른다. (끝) /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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