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의에 어긋난다 지적도
이 기사는 12월29일(15:2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NH투자증권이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의 기업공개(IPO) 주관사단에서 자진 이탈했다. 이를 두고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이 남동발전 공동주관사를 하느니 한국동서발전의 대표주관사 자리에 도전해보겠다는 계산을 마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남동발전 주관을 맡은 곳은 동서발전의 주관사 선정시 제외된다는 원칙 때문이다.
29일 IB업계와 남동발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최근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하겠다고 통보했다. 남동발전은 증권사들이 제출한 제안서 등을 평가한 결과 1위에 오른 미래에셋대우를 대표주관사, 2위였던 NH투자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선정하기로 하고 이들 증권사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한 상태였다. 현재 남동발전은 3순위였던 삼성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선정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이 사태의 원인은 현재 주관사 선정 작업에 들어간 동서발전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동서발전은 국내외 증권사들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고 내년 1월중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이해상충 문제 때문에 남동발전 주관사를 맡은 증권사는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NH투자증권이 결국 남동발전의 공동주관사 자리를 포기하고 동서발전 입찰에 뛰어들기로 결론지었다는 것이다. 기업가치 수조원대 대어급인 한전 발전자회사 IPO의 대표주관사 자리를 따내야 내년 IPO 실적 선두권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전례없는 일이라 보고 있다. 한 증권사의 IB 임원은 “다른 IPO 건에 입찰하기 위해 이미 선정이 끝난 주관사 지위를 포기하는 경우는 본적이 없다”며 “동서발전에 입찰할 다른 증권사들보다 자사가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오만함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대표주관사를 맡고 싶어서 그런 선택을 내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남동발전에 도전했다 탈락한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동서발전 입찰에 재도전하기로 했다. 대신증권도 제안서를 낼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동서발전도 결국 낮은 수수료에 높은 기업가치(밸류에이션) 책정을 내세우는 증권사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 보고 있다. 남동발전의 경우 입찰에 참여한 증권사들이 일반 공모 회사채 수준의 수수료율인 20bp(0.2%)에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안팎을 적용한 밸류에이션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동발전의 순자산가치(3분기 말 기준)는 4조8300억원, 동서발전은 4조3625억원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