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나는 준비된 후보…반기문은 촛불 민심에 적합한 분 아니다"

입력 2016-12-29 17:32
대선주자에게 듣는다 -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재벌 3세들, 기업가정신 잃어…경쟁력 강화 위해 개혁 필요
핵문제 해결할 수 있다면 북한 먼저 방문할 수 있다
압박·대화 병행해야 해결

차기 대통령 임기단축 주장
정치공학적 접근…맞지 않아

후보되면 당과 '예비내각' 협의


[ 손성태 / 김기만 기자 ]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9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촛불민심이 요구한 적폐 청산과 사회 대개혁에 적합한 분이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국정운영 경험이 있고 검증을 거친 준비된 후보”라며 반 총장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그는 “내 지지율뿐만 아니라 우리 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며 “집권을 자신한다”고 했다. 이어 “대기업은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견인차이자 경제발전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면서도 “재벌 3세들이 기업가정신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재벌개혁은 1세대 창업정신을 회복하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귀국을 앞둔 반 총장이 최근 지지율에서 1위로 올라섰다.

“현재 지지율은 큰 의미가 없다. 앞으로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나와 우리 당 후보의 지지율이 50%를 넘겼고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권 교체의 희망을 말해주는 것이다.”

▷대선주자로서 반 총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나는 과거 민주화운동과 시민운동을 거치며 지금까지 일관되게 세상을 바꾸고자 노력해왔다. 반 총장은 구체제에서 누릴 만큼 누려온 분이다.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사회개혁에 대한 소명의식이나 그런 인식을 지녔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국정 전반을 운영해본 경험도 있고 오랜 기간 충분히 검증을 거쳤다. 특히 국정공백을 신속하게 수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가장 잘 준비된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문 전 대표가 조기 대선에서 유리한 상황이기 때문에 개헌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지난 대선에서 개헌을 공약했다. 그러나 조기 대선 전 개헌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통령 탄핵도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 새누리당의 재집권과 몇몇 정치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졸속 개헌’ ‘그들만의 개헌’이 추진돼선 안 된다. 개헌은 우리 사회가 전 분야에 걸쳐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권력구조 개편뿐만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 확대, 지방분권, 선거제도 개편 등 개헌에 과제가 많은 만큼 대선 공약을 거쳐 다음 정부 초반에 추진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일부 대선주자는 대통령 임기 단축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지금 임기 단축을 말한다면 다음 정부는 그야말로 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를 하기 위한 과도정부라는 의미밖에 없다. 벌써 개헌의 방향과 내용을 특정해 임기 단축을 말하는 건 촛불민심과도 맞지 않고 다분히 정치공학적 이야기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강력한 재벌개혁 공약이 경제를 더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재벌개혁은 재벌의 경제활동을 억압하거나 위축시키자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경제활동 인구는 2800만명인데, 10대 재벌에 직접 고용돼 있는 노동자는 100만명에 불과하다. 재벌 중심 경제체제에서 비롯된 불공정한 경제구조를 해결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경제성장이 어렵다. 재벌도 3세로 경영승계가 이뤄지면서 창업정신과 기업가정신을 잃어버렸다. 재벌개혁이야말로 우리 경제를 살리는 출발이고, 재벌 스스로를 살리는 길이다.”

▷사드 배치 재검토 주장이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있다.

“사드 배치 결정은 졸속으로 이뤄졌다. 내부 공론화 과정은 고사하고 중국과 러시아 등의 반대를 누그러뜨리거나 이해를 구하는 최소한의 외교적 노력조차 없었다. 당장 사드 배치 때문에 한·중관계가 악화됐고 중국의 경제보복 때문에 우리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염려된다. 그런 노력이 부족했던 정부에 대해 야단을 치고 그 결정을 재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탄핵 인용이 안 되면 혁명을 해야 한다’ ‘당선 후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방문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벌어졌는데.

“문재인이 혁명을 얘기하면 불온한 것이냐. 시민의 요구로 국회가 압도적으로 찬성한 탄핵을 헌법재판소가 수용하는 것은 제도적 절차에 불과하다. 제도적 절차가 절대다수 국민의 뜻에 반해 작동하지 않는다면 혁명적인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객관적 예측을 말한 것이다.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북한에 먼저 갈 수 있는 것 아니냐. 미국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당연히 미국의 양해와 협력이 전제돼야 하겠지만, 무조건 미국에 먼저 가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북핵문제는 대북제재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섀도 캐비닛(그림자 내각)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섀도 캐비닛은 조기 대선으로 인수위원회를 꾸릴 수 없는 만큼 사전에 인적 진용을 갖추기 위한 것이다. 후보가 결정되고 인적 진용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의미의 책임정치가 이뤄질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이 아니라 민주당 정권으로서 우리 당 대선 후보들의 힘을 모을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이다.”

▷야권 통합에 실패해도 다자대결에서 승산이 있다고 보나.

“가급적 야권만큼은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유권자들이 단일화시켜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어떤 구도가 되더라도 이번에는 우리 당 후보가 이겨내고 정권 교체를 해낼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

▷일각에서 국민성장론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민성장은 경제민주화에 입각한 성장정책이다. 성장의 과실이 대기업과 부자에게만 가지 않고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분배되는 포용적 성장을 말한다. 중하위 소득자의 소득을 높여 소비와 내수를 살리는 소득주도성장의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이다. 양극화 해소 등 경제민주화를 포기했다는 지적은 맞지 않는다.”

손성태/김기만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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