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담보대출 부실 '비상'…금감원, 조사 착수

입력 2016-12-29 17:27
동양생명 대출연체한 수입업체, 담보 하나로 여러 곳서 돈 빌려
내부자 부실대출 연루 조사

저축은행·캐피털사 등 30여곳
육류담보대출 3000억가량


[ 박신영 / 윤희은 기자 ] 금융감독원은 동양생명이 최대 3800억원 규모의 육류(肉類)담보 사기 대출에 휘말린 것으로 보고 현장조사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부실대출 규모와 절차적 문제 등을 조사하고 있다. 냉동보관 중인 수입육류를 담보로 이뤄지는 이 대출은 HK저축은행 등 30여개 저축은행 및 캐피털사에서도 취급한 것으로 파악돼 파장이 저축은행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육류(肉類)담보대출 연체 급증

육류담보대출은 동산(動産)담보대출의 한 종류다. 육류 유통업자가 수입 고기를 창고업자에게 맡기면 창고업자가 담보확인증을 발급하고 유통업자는 이를 토대로 대출을 받는 구조다. 수입육류는 대부분 3개월 안에 팔리기 때문에 대출 기간도 그만큼 짧다. 하지만 대출이자율이 연 8% 수준으로 높아 일부 2금융권 회사는 큰 관심을 보여왔다.

동양생명은 한 육류 유통회사의 대출금 연체액이 급속도로 불어나자 경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담보물을 두고 여러 금융회사가 돈을 빌려준 사실을 확인하고 금감원에 자진신고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동양생명 외에 저축은행과 캐피털사 등 30여개에 달하는 2금융권 회사가 보유한 육류담보대출 채권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 저축은행과 캐피털사의 육류담보대출은 3000억원 규모다.

금감원은 동양생명을 비롯한 2금융권 회사의 내부 관계자가 이 같은 부실대출 과정에 연루됐는지도 파악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창고업자와 유통업자, 그리고 대출중개인 등도 부실대출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까진 내부자가 연루됐다는 증거가 없다”며 “동양생명도 사기대출의 피해자”라고 밝혔다.

또 동양생명이 다루고 있는 전체 육류담보대출 3800억원 모두가 부실대출은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양생명은 보험업계에선 유일하게 육류담보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등기제도 없는 동산담보대출

전문가들은 이번 부실대출로 동산담보대출의 취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동산담보대출은 부동산 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돕기 위해 2012년 8월 도입됐다. 농축산물뿐 아니라 기계나 원자재, 매출채권 등도 담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과 같은 등기제도가 없다 보니 자칫하면 여러 금융회사가 하나의 담보물건을 두고 중복해 돈을 빌려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2~3개 회사가 한 개 담보물건을 두고 제각각 돈을 빌려줬다면 담보물을 모두 처분해도 대출금액의 절반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독당국은 수입육 유통에 차질이 생길지 모른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미 금감원과 각 금융회사의 조사로 수입육 출고가 지연되고 있다”며 “2~3차 유통업체마다 관련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신영/윤희은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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