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는 변호사
[ 김희경 기자 ]
프란시스코 고야가 1800년께 그린 ‘옷을 벗는 마하’는 침대에 드러누워 도발적인 시선을 보내는 여성의 누드화다. 이 그림은 종교적 엄숙주의가 지배하던 당시 스페인에 큰 충격을 줬다. 고야는 이단 죄로 종교재판에 넘겨졌다. 1970년대 한국에서도 이 그림이 논란이 됐다. 이 그림이 인쇄된 성냥갑을 법원은 음란물로 규정해 모두 몰수했다. 예술이 아니라 영리 목적의 사용이라는 게 이유였다.
《그림 읽는 변호사》는 명화에 얽힌 다양한 법적 논쟁을 살펴보고 현재의 가치관 등과 연결짓는다. 저자는 법무법인 가율의 양지열 변호사다. 그림과 법은 다소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공통점을 갖고 있다. 명화의 상당수는 역사의 생생한 장면을 담은 중요한 기록물이다. 법도 그림만큼이나 시대상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당대의 현실과 추구하는 가치가 담겨 있어서다. 저자는 “그림에 담긴 법적 이야기가 신기할 정도로 우리 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나 가치관들과 겹친다”고 설명한다. (양지열 지음, 현암사, 368쪽, 1만6800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