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국내외 언론산업의 키워드는?

입력 2016-12-29 13:19
수정 2016-12-30 15:46



(최진순 디지털전략부 기자) 세계신문협회(WAN-IFRA)가 니먼연구소, 미디어 전문가들과 함께 2017년 언론산업의 전망을 발표했다. 한국시장과 비슷한 경향인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첫째, '가짜뉴스(fake news)'에 대해 언론사의 팩트체킹 노력이 부상할 것이다. 플랫폼사업자와 언론사 간 협력체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미국에서는 'First Draft Coalition(소셜미디어에서 유통되는 정보의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전문가그룹)'을 활용하고 있다고. 한국에서는 언론신뢰 추락이라는 문제와 맞물려 지속적인 화두로 자리잡을 것이다.

둘째, 음성뉴스 혹은 오디오 서비스의 확산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한국에서는 대안-틈새형 영역인 팟캐스트가 다시 떠오를 것이다. 이미 그런 전조는 촛불시위-국정게이트 이슈에서 불붙고 있다. 한국의 인기 팟캐스트는 대부분 '정치'와 맞물려 있다.

셋째, 미국 언론사들의 광고수익은 크게 떨어졌다. WSJ를 비롯 뉴욕타임스, 가넷 등 주요 매체의 인쇄광고수익 하락폭이 더 커졌다. 보다 분명한 지점은 네이티브 애드 등 디지털 광고가 늘더라도 인쇄광고매출 하락을 메꾸긴 어렵다는 사실이다.

경영투명성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커지고 정치환경 변화가 예고된 한국에서 대형 광고주들의 위축이 예상된다. 김영란법은 내년 어떤 효력(?)을 낼지 불분명하다. 하지만 앞으로 점점 첨예한 시장 양극화는 불가피하다.

넷째, 미국의 로컬저널리즘 축소를 막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빛을 볼지 주목된다. 나이트재단은 로컬 독립 온라인 퍼블리셔 LION에 20억원을 내놨다. 50개 이상의 언론사에 매칭 그랜트(matching grant:언론사 자체 투자 비례한 기금 지원) 방식으로 후원된다고. 지역정치로만 조명받는 한국에서의 지역은 인구구조 변화 등 새로운 배경에 의한 변화 에너지도 포착된다. 그래서 로컬저널리즘의 미래는 어둡지만 밝다. 물론 지역언론이 지역공동체와 어떤 유대를 맺느냐는 과제가 가로놓여 있지만 말이다.

다섯째, 모바일이다. 미국에서 모바일 뉴스 이용은 팽창하고 있다. 뉴스 이용자 규모는 젊은 세대와 노년층의 유입으로 역동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과실을 누가 따느냐는 지점에서 혼선이 있다. 그저 유지 보수하느냐 아니면 놀라운 투자를 하느냐는 한국언론의 숙제다. 후자를 선택할 경우에도 어떤 선택과 집중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여섯째, 지난해부터 "페이스북에 발목이 잡혔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언론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하는데 있어 엇박자를 냈다. 인스턴트 아티클 같은 페이스북 서비스 동참도 파이낸셜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달랐다. 워싱턴포스트는 적극 활용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한국언론은 지난해부터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새로운 시도가 잇따랐다. 그러나 그 성과는 아직 논쟁적이다.

한국언론에게 내년 시장은 어떨까?

첫째, 디지털 혁신의 속도조절이 예고된다. 몇몇 언론사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이어진 디지털 부문의 투자에도 비즈니스모델의 가시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누군가는 "더 기다려보지도 않고"라고 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콘텐츠의 실험성이나 파격성이 전에 없이 두드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뉴스시장은 큰 동요가 없었다. 뉴스유통 환경이나 이용자 뉴스소비 행태가 언론사에 여전히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그래서 디지털 혁신은 정말 무엇인가에 대한 확신이 약해졌다. 지금까지의 콘텐츠 변화와 소셜미디어 활용노력에 대한 평가와 진로의 재설정이 대두할 것이다.

둘째, 결국 그것은 '신뢰성'이라는 문제로 결부된다. 현재의 언론지형에서는 역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던 뉴스 시청률의 딜레마를 깬 JTBC의 사례는 대표적이다. '손석희'라는 셀럽이 주도한 권력비판 보도는 시장의 질서를 재편했다. 물론 그 이전에 포털 생중계, 소셜 라이브 스토리 같은 갖은 노력이 수반됐다. 다양하게 분화한 뉴스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뉴스브랜드라는 것을 알릴 방법은 무엇인가? SBS가 시청률 저하를 만회하기 위해 트위터 등에서 열심히 소통했던 앵커를 재기용했다. 내년 더욱 폭주할 뉴스의 시대에 '저널리즘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론이 모색될 것이고 또 모색되어져야만 한다.

셋째, 다양한 협업이 예고된다. 현재의 시장환경에서 불확실한 목표에 지속적인 '투자'를 담보하기 어렵다. 광고시장의 재편과 분화는 비록 더딘 속도지만 전통매체와 스타트업-니치마켓을 노리는 업체들과 모색의 장을 마련할 것이다. 유통, 자동차 등 다른 시장의 플레이어들과도 마찬가지다. 뉴스조직 안에서는 서툴지만 바람이 불고 있다. 세밀한 주제를 다루는 조직도 만들어지고 외부와 협력하기 위한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와 주요 언론사가 맺은 합작회사는 '전문성'에 대한 고민을 직접 던졌다. 새로운 독자들과 만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접근이어야 한다.

넷째, 지금까지 한국언론의 R&D는 전무한 편이다. 신문업계를 비롯한 뉴스시장 자체가 외형적으로 커진 것에 비해 실질적인 진화는 없었다. 인식과 자본이 전무했다. 아직도 현재의 기자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식이다. 뉴스조직의 폐쇄성은 여전하다. 2017년 세계 신문업계 기준으로 광고수익(628억 달러)보다 구독수익(639억 달러)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미래-잠재독자를 위한 대전환의 투자'가 절실하다. 특별한 부분은 이 투자의 효과를 기대하려면 한국에서는 동종업계의 연대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것이 우선 순위라고 할 것 없이 2017년의 언론계 키워드는 '신뢰·소통·독자'이다. 모바일, 소셜, 스토리텔링 등 도구적이고 기능적인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원칙을 다지는 변화여야 한다. 언론도 우리 공동체도 대변화기에 있기 때문이다. (끝) / soon6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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