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몸살 앓는 미국…정부·기업 줄줄이 뚫렸다

입력 2016-12-28 19:27
로펌 M&A 정보로 부당이득
뉴욕연방검찰, 중국 해커들 기소

금융기관 기밀·기업 미공개 정보
대부분 중국·러시아 등 적대국서 빼돌려

러시아 대선개입 결론 내린 미국
경제제재 등 보복조치 취할 듯


[ 워싱턴=박수진 기자 ] 미국이 해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업과 금융회사뿐 아니라 정치권, 정부기관까지 무차별적으로 해킹당하면서 피해가 늘고 있다. 해킹 대부분이 중국과 러시아 등 적대국 해커의 소행으로 밝혀지거나 의심돼 국가안보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식정보까지 해킹하는 中해커들

월스트리트저널은 27일(현지시간) 뉴욕 연방검찰청이 월가의 대형 법무법인을 해킹한 중국인 해커 3명을 검거했다고 보도했다. 해커들은 법무법인의 컴퓨터 시스템을 해킹한 뒤 확보한 미공개 인수합병(M&A)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고팔아 400만달러(약 48억3000만원)에 달하는 불법 수익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하반기까지 최소 두 곳의 법무법인을 해킹했으며 또 다른 다섯 곳의 법인에도 해킹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연방검찰청은 “해킹에 안전지대가 없음을 알리는 경종이 울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6일에는 소니뮤직의 트위터 계정이 해킹당한 뒤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는 거짓 뉴스가 게재돼 한 차례 소동이 벌어졌다. 아직 누구의 소행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25일에는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컴퓨터망이 중국군 지원을 받은 해커집단에 뚫려 연방수사국(FBI)이 조사 중이라는 뉴스가 나왔다. 중국군을 배후로 둔 해커들은 2010년부터 FDIC 컴퓨터망에 침입해 최소 159건의 기밀자료를 빼내간 것으로 전해졌다.

◆美, 러시아 해킹 보복조치 준비

미국 정부는 보복을 검토 중이다. 지난 6월 발생한 민주당전국위원회(DNC) 해킹사건은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금까지도 후유증이 가시지 않고 있다.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DNI), FBI 등 미국의 대표 정보기관 수장들은 이달 16일 “러시아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돕기 위해 해킹을 저질렀다”고 결론 내렸다. 러시아 정부의 미 대선 개입 사실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러시아와 트럼프 당선자 측이 증거를 대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미 정부는 러시아를 상대로 해커의 미국 내 자산동결과 입국금지, 형사 기소 등의 제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주 발표될 보복조치에 ‘은밀한 사이버 보복안’도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를 해킹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해외은닉 재산 내역을 공개하자는 아이디어다.

◆내년 사이버안보 예산 35% 증액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가 가시적인 효과를 내기는 힘들겠지만 미래의 해킹활동에 대한 억지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

미국 정부는 2014년 중국군 장교 5명을 미국의 철강무역 비밀을 캐내기 위해 해킹한 혐의로 기소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9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을 때 기업기밀 등 지식재산의 사이버 절취를 주도하거나 지원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사이버 공격 대응 예산도 크게 늘리고 있다. 미 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4조1000억달러 규모의 2017년도 예산안에는 190억달러(약 22조7525억원)의 사이버 안보 예산이 포함됐다. 이는 올해보다 35% 늘어난 규모다. 내년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중국 등과의 통상·외교 분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해킹을 둘러싼 갈등도 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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