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핵심은 지도…IT 강자들 '맵 전쟁'

입력 2016-12-28 19:00
중국 텐센트, 독일 지도업체 히어 지분 인수

200개 국가 자동차 내비 서비스
바이두·알리바바 견제 포석

우버, 구글과 결별…지도제작
구글, 이스라엘 내비사 인수
SKT·네이버 지도 생태계 확대


[ 이호기 기자 ] 지도 데이터를 둘러싼 정보기술(IT) 기업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차세대 플랫폼으로 각광받는 자율주행차나 각종 위치 기반 서비스에서 지도가 핵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서비스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3차원(3D) 또는 초정밀 지도 데이터가 필수적이어서 IT 강자들의 ‘맵 전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 텐센트는 28일 현지 지도 제작사 나브인포,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와 함께 유럽 최대 내비게이션 서비스 기업인 히어의 지분 10%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히어는 독일의 다임러와 BMW 폭스바겐 등 3대 완성차 업체가 지난해 말 노키아로부터 25억5000만유로(약 3조원)에 사들인 회사다.


세계 200여개 국가에 차량용 내비게이션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 점유율 80%에 이를 만큼 시장 지배력이 높은 회사로 꼽힌다. 텐센트와 나브인포는 히어와 함께 중국 지도 데이터 확보와 관련 서비스 개발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텐센트의 중국 내 최대 경쟁자인 바이두와 알리바바도 이미 자체 지도 및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바이두는 2005년 바이두 맵을 개발했으며 지난해 말에는 이에 기반한 자율주행차를 시범 운행하기도 했다.

알리바바도 2014년 오토내비를 인수해 모바일 내비게이션 시장에 뛰어들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이 최대주주인 중국 1위 차량공유회사 디디추싱에는 중국 스마트카 협력을 노리는 애플이 지난 5월 10억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구글도 2005년 구글 맵 출시에 이어 2013년 이스라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내비게이션 서비스인 ‘웨이즈’를 인수했다. 지난 9월 말 우버와 비슷한 ‘웨이즈 라이더’를 선보였으며 내년 자율주행차 ‘웨이모’를 활용한 차량공유 서비스도 상용화할 계획이다.

구글 맵 기반으로 탄생한 세계 최대 차량공유회사 우버는 이제 구글과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올 8월부터 자체 지도 제작 프로젝트에 들어갔으며 9월에는 미국 피츠버그에서 자율주행차 시범 운행에 나섰다.

국내 IT 기업도 지도 데이터 확보에 적극적이다. SK텔레콤은 국내 1위 내비게이션 서비스인 T맵의 사용자 기반을 더 늘리고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7월 요금을 전면 무료화했다. 내년에는 도로 위 차선까지 식별할 수 있는 초정밀 지도를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양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최근 지도 및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스타트업 등에 무료 플랫폼으로 공개해 데이터 확보와 관련 생태계 조성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IT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IT 기업들이 자율주행차와 사물인터넷(IoT) 시대에도 기존 플랫폼 파워를 유지하기 위해 핵심 인프라인 지도 서비스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이들 IT 공룡 간 주도권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