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 퀄컴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해 1조300억원의 과징금 부과와 함께 시정명령을 내렸다. 과징금도 사상 최대이지만 시정명령의 범위 또한 포괄적이다. 경쟁 방해 등 퀄컴의 불공정행위가 그동안 어느 정도였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퀄컴은 휴대폰 제조에 필수적인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SEP는 특허를 원하는 모든 사업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특허를 제공할 것을 선언하는 대가로 지위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퀄컴은 이 준칙을 위반했다. 삼성 인텔 등이 SEP 계약 체결을 요구하면 이를 거부하거나 판매처 제한 등의 조건을 붙여 특허권 사용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특허계약 과정에서 퀄컴이 부당한 조건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고, 라이선스 계약에도 성실히 임하도록 공정위가 시정명령을 내린 이유다.
이뿐이 아니다. 공정위는 퀄컴이 휴대폰 제조사 등에 칩셋 공급을 볼모로 특허권 계약을 강요하고 있다고 보고 관련 계약조항을 수정하거나 삭제할 것을 명령했고, 휴대폰 제조사와 특허권 계약 시 포괄적 계약 체결을 강제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행위도 못하게 했다. 또 휴대폰 제조사가 요청하면 기존 특허권 계약도 재협상할 수 있도록 의무화했다. 한마디로 ‘퀄컴세’로 불릴 정도였던 국내 칩셋 및 휴대폰 제조사에 대한 퀄컴의 갑질 횡포에 공정위가 철퇴를 가한 것이다.
퀄컴은 공정위 결정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1월 자진시정을 조건으로 동의의결을 신청했다는 사실은 스스로도 불공정행위를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미국과의 통상갈등 가능성을 흘리지만 그런 문제를 우려해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더 큰 일이다. 중국이나 일본의 경쟁당국도 퀄컴에 대해 과징금 부과나 시정명령을 내려놓고 있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애플 화웨이 등 해외 기업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는 퀄컴의 횡포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조치는 합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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