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창업이 희망이다] 투자 잘못해 망하고…검색기술업체 차렸다가 문 닫고

입력 2016-12-27 19:48
안상일 대표의 창업 스토리

"한 때 사업가의 길 후회도 세 번의 실패가 성공 발판됐죠"


[ 임원기 기자 ]
안상일 하이퍼커넥트 대표는 2000년 서울대 재료공학과 1학년 때부터 학내 벤처동아리인 서울대학생벤처네트워크에 들어가 창업으로 성공한 선배들을 만나면서 벤처 창업의 꿈을 키웠다. 실전 경험을 위해 김밥 장사도 해봤다.

첫 창업은 2002년이었다. 당시 그는 사업 기획서를 대신 써주는 비즈파트너라는 회사를 차렸다. 정보기술(IT) 분야 컨설팅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겁 없이 IT솔루션 업체에 투자를 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봤다. 섣부른 투자의 무서움을 이때 처음으로 느꼈다. 손실을 떠안고 사업을 접은 그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에 나섰다.

2007년 2월 서울대 사내벤처로 시작한 레비서치는 검색기술 회사였다. 당시 이 회사가 내세운 ‘신뢰도 추정 알고리즘’은 개개인의 평판을 모아 편차를 최소화한 뒤 수치로 표시하는 기술이다. 서울대 전체 시스템에서 레비서치의 검색 기술을 사용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법인을 세워 국내보다 미국에서 먼저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홈페이지를 열었고 신뢰도 추정 알고리즘의 신선함이 관심을 끌면서 투자가 이어졌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곳곳에서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투자자가 손을 거두기 시작했다. 더 큰 문제는 제품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에 대해 그는 스스로를 냉정하게 평가했다. 안 대표는 “프로덕션 능력이 없었다”며 “꿈은 있었으나 현실로 이뤄낼 역량이 없었기에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가 중단되자 30여명에 달하는 직원과 함께하기 어려워졌다. 서비스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현실은 혹독했다. 자동차와 집, 예금 등 모든 재산을 팔아 임직원의 마지막 월급과 회사 미지급금을 해결하고 나니 그에게 남은 건 빚뿐이었다. 남들처럼 대학 졸업하고 취직하는 평범한 삶을 왜 선택하지 않았을까. 큰 실패를 경험했을 때 이런 후회까지 들었다.

그래도 다시 도전했다. 지인에게 돈을 빌려 매물로 나온 온라인 커뮤니티 업체를 계약금만 주고 인수해 운영했다.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하기도 했다. 커뮤니티 회사는 실적은 신통치 않았지만 그는 다시 창업 기회를 찾았다. 대학 동기인 정강식 이사, 병역특례업체 동기인 용현택 이사 등과 함께 2013년 하이퍼커넥트를 창업했다. 이들이 개발한 아자르는 1년여 만에 사용자 1000만명, 3년 만에 1억명을 모았다.

그는 과거 사업 실패를 통해 세 가지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수익모델이 없는 서비스는 하지 않겠다’는 게 첫 번째 교훈이다. ‘비전이 아무리 좋아도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소용없다’ ‘서비스는 소비자가 좋아하는 걸 내놔야 한다’는 것도 뼈저리게 느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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