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은이 기자 ]
연말 증시 투자자들의 눈길이 달러화와 유가로 쏠리고 있다. 미국 달러화와 국제 유가가 동시에 강세기 때문이다. 통상 달러화 가치와 유가는 역(逆)상관 관계라는 인식이 많았지만 최근엔 상황이 바뀌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인상한 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2일 장중과 23일에 잇따라 달러당 1200원대를 돌파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50달러 선을 훌쩍 넘었다. 달러·유가 변동으로 전반적인 증시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워졌지만 개별 종목 중에는 달러·유가 동시 강세의 수혜가 기대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원·달러 환율은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지난 11월 이후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내년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면서 주요 6개국 통화와 비교해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4년 만의 최고치까지 상승했다. 윤여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내년까지 달러화 강세와 원화 약세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석유수출기구(OPEC)가 8년 만에 감산에 합의한 이후 유가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11일엔 비(非)석유수출기구 회원국도 원유 감산에 동참했다. 세계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산유국이 감산에 합의하면서 내년부터 하루당 약 175만8000배럴의 원유 공급량이 줄어든다. 손재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현재 원유 시장의 과잉 공급이 내년부터는 해소될 전망”이라며 “원유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제 유가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화 약세 수혜를 볼 수 있는 수출주와 고(高)유가로 상승동력이 되살아난 화학주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국경제TV 와우넷 전문가인 송관종 파트너는 “달러와 유가 동반 강세 국면에서는 수출주와 화학, 정유, 조선 업종이 큰 수혜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가 오르면 중동 건설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기대가 퍼지면서 건설업종도 주목받고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