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외곽서 경찰 검문에 걸려
용의자 죽기 전 "신은 위대하다"
유럽 '크리스마스 테러' 경계
[ 이상은 기자 ] 독일 베를린 크리스마스 시장을 트럭으로 공격한 테러범 아니스 암리(24)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23일 새벽 2~3시께(현지시간) 사살됐다고 외신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탈리아 안사통신에 따르면 암리는 밀라노 외곽의 세스토 산 지오반니 지역 피아자 이마지오 거리에서 정규 순찰을 하던 두 명의 경찰에게 검문을 당했다. 새벽에 배회하는 암리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들이 신분증을 요구하자 갑자기 배낭에서 총을 꺼내 선임 경찰 크리스티안 모비오(36)의 어깨를 쐈다. 이에 동행한 신출내기 경찰 루카 스카타(29)가 대응사격해 첫 발에 그의 가슴을 명중시켰다. 일부 언론은 암리가 죽기 전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쳤다고 보도했다. 두 경찰관은 부상을 당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사살될 당시 암리에게는 신분증 등 서류가 없었다. 로마에서 기자회견을 연 마르코 민니티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면밀히 검식한 결과 “한 점의 의심 없이 피살자가 베를린 테러 용의자 암리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테러에 사용된 트럭에서 발견된 지문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암리는 튀니지 출신으로 2011년 아랍의 봄 봉기 후 이탈리아로 넘어왔다. 이탈리아에서도 시칠리아 섬 난민등록센터에 불을 질러 4년간 현지 교도소에 수감됐다. 2015년 석방돼 튀니지로 송환 명령을 받았으나 독일에 망명을 신청하고 임시 체류증을 받아 머물렀다. ‘이슬람국가(IS)’ 추종자와 접촉하는 등 극단주의 이슬람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9일 베를린 브라이트샤이트 광장에 마련된 크리스마스 시장으로 19t짜리 대형 트럭을 몰고 돌진했다. 12명이 사망하고 49명이 부상당했다. 사건 직후 혼란을 틈타 현장을 빠져나가 독일 검찰이 10만유로(약 1억2500만원) 현상금을 걸고 공개수사를 해왔다.
IS가 크리스마스를 맞아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이른바 ‘외로운 늑대’에 공격을 촉구하면서 각국은 테러 경계에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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