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미 기자 ]
신문마다 어두운 이야기가 쏟아진다. 소비 투자 수출 고용 물가 등 주요 지표가 모두 악화됐다는 보도가 대부분이다. 한국 경제가 곧 망할 것 같은 위기감마저 든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사실 언론은 경제가 좋다고 써본 적이 거의 없다.
이번주 비타민 커버스토리(4~5면)는 우리가 왜 경기를 늘 최악이라고 생각하는지 그 미스터리를 파헤쳤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가 장기화한 데다 최근엔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심리는 크게 하락했다.
잘 찾아보면 좋은 지표도 적지 않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200 기업의 올해 순이익은 사상 처음 1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구조조정과 혁신, 비용 감소로 이뤄낸 성과다. 올 들어 10월까지 총 국세는 215조7000억원이 걷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1% 늘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언론에 잘 나오지 않거나 의미가 축소된다. 기업 이익 호조에 대해서는 “매출은 별로 늘지 않았는데 허리띠를 졸라맨 ‘불황형 흑자’일 뿐”이라고 폄하하는 식이다. 비관론에 맞춰 통계가 왜곡되기도 한다.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동향’에 따르면 스스로 하류층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1994년 37.9%에서 2015년엔 44.6%로 늘었다. 계층 이동 사다리가 완전히 끊어진 듯하다. 하지만 비교 시점을 바꾸면 다른 결론이 나온다. 하류층으로 인식하는 국민 비중은 2006년 45.2%에서 2015년 44.6%로 10년간 하락했다.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렵다는 사회통념도 비슷하다. 경제 개발이 한창이던 1970~1980년대에는 상당수 사람의 신분 상승이 가능했다. 하지만 국민소득 3만달러가 코앞인 지금은 이 같은 기회가 자연스레 줄어든다. 지나친 경제 비관론은 국민의 경제관을 부정적으로 바꿀 뿐 아니라 잘못된 처방을 낳기도 한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