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휴일수당 '비상'
임금피크제 도입 부진…'60세 정년' 큰 부담
조선발 구조조정·김영란법 후폭풍도 악재
근로자 표 노린 대선 포퓰리즘 공약도 걱정
[ 백승현 / 김낙훈 기자 ] “사업 확장은커녕 살아남는 게 목표예요. 해마다 오르는 최저임금도 못 맞춰줄 형편에 정년 60세와 휴일수당 중복 할증은 또 뭡니까? 공장 문 닫으라는 소리죠.”(경기 안산 A도금업체 K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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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부터 모든 사업장에 정년 60세가 의무화되는 데다 휴일근로수당을 중복 할증해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K사장의 언성이 높아졌다. 그는 “최저임금이 매년 급등해 외국인 근로자를 주로 쓰는 영세 사업장의 운영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며 “휴일수당 중복 할증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고 했다.
中企 부담 연 8조6000억원
휴일수당 중복 할증 논란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기 성남시 환경미화원들이 “휴일에 나와 일한 것은 휴일근로이자 초과근로이니 수당을 두 배로 줘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쟁점은 휴일근로수당(통상임금의 50% 가산)을 주는 토·일요일 근무에 연장근로수당(50% 가산)까지 줘야 하는지 여부다. 이 사건을 맡은 1, 2심 법원과 비슷한 소송을 진행한 대부분 재판(14건 중 11건)에서는 “휴일근로수당에 연장근로수당을 더해 통상임금의 200%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상태여서 대법원도 같은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지금은 기업들이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을 근거로 통상임금을 100%로 봤을 때 연장근로에 대해 50%, 휴일근로에 대해 50%를 각각 가산해 휴일에 일하더라도 150%만을 지급하고 있다. 대법원이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이기도 하다’고 판단하면 휴일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200%(통상 100%+연장 50%+휴일 50%)를 줘야 한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추가 인건비와 신규 인력 채용 비용 등으로 12조3000억원을 더 부담해야 할 것이라는 게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300명 미만)이 떠안아야 할 금액은 8조6000억원으로 중소·영세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중소기업은 내수경기 침체와 수출 부진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국회가 서둘러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0.3% 수준이다. 공장마다 고가의 장비 10대 중 3대에는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는 얘기다.
“임금체계 손 못대고 정년만 늘려”
올해 300명 이상 대기업까지만 적용된 ‘정년 60세 의무화’가 내년부터 모든 기업으로 확대되는 것도 중소기업에는 큰 부담이다. 송 부회장은 “새해부터 모든 사업장이 정년 60세를 시행해야 하지만 준비가 전혀 안돼 있다”며 “2013년 정년연장법 입법 당시 의무사항으로 명시한 임금피크제·성과연봉제 정착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환경도 좋지 않다. 내년 1~3월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구조조정 바람이 철강·건설업 등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되면 중소기업 경영 악화는 물론 실직자가 대거 양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9월28월부터 시행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후폭풍이 내년부터 가시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우리 사회의 부패를 잡겠다는 선한 취지의 법이지만 소규모 서비스업 고용 시장에는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며 “정책 후방 효과가 나타나는 데 3개월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초 관련 업계에서 감원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조기 대통령선거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기업 경영과 고용시장에는 악재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 근로자의 표를 노린 정치권의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공약이 난무할 것”이라며 “이미 노동계에서는 유력 대선후보 진영을 상대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