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는 '차관들의 무덤'?…이번엔 정관주 1차관 사의

입력 2016-12-22 17:20
수정 2016-12-23 05:47
현장에서


[ 김희경 기자 ] 지난 2월28일 박민권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취임 1년 만에 돌연 교체됐다. 후임은 정관주 1차관. 박근혜 정부 들어서만 네 번째 1차관 교체였다. “문체부 차관은 업무를 파악할 만하면 바뀐다” “문체부는 차관의 무덤”이란 말이 나왔다. 그런데 10개월 만에 또 1차관을 바꿔야 할 판이다. 정 차관이 지난 21일 사의를 밝혀서다.

정 차관은 2014년 청와대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으로 일했다. 이 때문에 조윤선 당시 정무수석과 함께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전달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12일 문화예술단체들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 장관과 함께 그를 특검에 고발했다. 최순실의 입김으로 차관 자리에 올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 차관은 이런 의혹 때문에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문체부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국정 농단 관련자를 모두 정리한다는 방침 아래 대규모 연말 인사를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관 교체 부담까지 더해져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1차관을 바꾸는 것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김종 2차관 후임으로 유동훈 2차관을 임명한 지도 한 달여밖에 되지 않았다. 조 장관은 사의 철회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고 의혹의 중심에 있는 1차관을 그대로 두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체부가 1차관까지 교체한다면 차관부터 과장까지 바꾸는 역대 최대 규모의 인사가 예상된다. 문체부는 당초 실·국장급을 시작으로 과장급까지 연내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새로 채워야 할 1급 자리만 해도 네 개다. 문화예술정책실장, 문화콘텐츠산업실장, 종무실장, 국립중앙도서관장이다. 행정고시 31~32회 출신 20명가량이 승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갑수 해외문화홍보원장, 김영산 전 로스앤젤레스한국문화원장(교육훈련), 김태훈 관광정책관, 이우성 국제관광정책관 등이다. 실장급 인사와 더불어 연쇄적인 국·과장 승진 및 전보 인사도 불가피하다.

대규모 인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문체부는 잦은 보직 변경으로 조직의 안정성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10월 곽상도 새누리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2016년 8월까지 2년8개월 동안 과장급 이상에만 127차례의 인사가 이뤄졌다. 한 자리에서 일한 기간은 1년 미만이 63%(80건)로 가장 많았다. 단 20일 근무한 경우도 있었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나치게 자주 많은 사람이 바뀌다 보니 혼란스럽다”며 “지금 대규모 인사보다 중요한 건 업무 재정비인데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희경 문화부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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