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산업계 10대 이슈] 미래를 향한 생존 경쟁…구조조정·청문회 등 '격변의 한 해'

입력 2016-12-20 17:32
[ 장창민 기자 ] 산업계는 2016년 격변의 한 해를 보냈다. ‘미래’와 ‘생존’이 한 해를 관통한 화두였다. 지난 3월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국을 계기로 ‘AI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전기자동차(EV)와 자율주행자동차, 커넥티드카 등 미래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도 본격화됐다. 유통업체들은 추가된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도 뜨거운 이슈였다. 한진해운은 끝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주요 조선업체들은 ‘수주절벽’에 내몰렸다. 삼성도 갤럭시노트7 발화 및 리콜 사태로 시련을 겪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르며 위기 돌파에 나섰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재계는 자유롭지 못했다. 주요 그룹 총수들이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불려나갔고 특별검사 조사 대상에 오르는 등 수난을 겪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을 주도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해체 위기에 내몰렸다. 끝없는 중국의 위협과 노골화되는 보호무역주의 전쟁도 올 한 해를 달군 이슈로 꼽혔다. 산업계를 휩쓴 10대 이슈를 통해 올해를 되돌아봤다.

(1) 충격 몰고 온 인공지능 알파고

구글은 지난 3월 서울에서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 간 ‘세기의 대결’을 벌였다. 총 다섯 번 대국에서 알파고는 이 9단을 압도하며 네 판을 이겨 충격을 줬다. 알파고는 기존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과 달랐다. 인간의 신경망을 닮은 기계학습 솔루션인 딥러닝(deep learning)을 활용해 사람을 넘어서는 창조적인 수를 뒀다.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폭발하면서 알파고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가 됐다.

(2) 갤럭시노트7 발화 및 리콜

지난 8월 한국과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이 발화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삼성전자는 1차 리콜(회수)과 함께 배터리를 교체한 새로운 갤럭시노트7을 공급했으나 이들 제품에서도 발화 사고는 이어졌다. 결국 삼성전자는 10월11일 세계 시장에서 갤럭시노트7 생산 및 판매를 중단하기로 하고 2차 제품 회수에 나섰다. 지금까지 글로벌 회수율은 90% 수준이다. 갤럭시노트7의 정확한 발화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3) 1년 내내 이어진 면세점 사업권 쟁탈전

작년 11월 면세점 심사에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 워커힐면세점이 사업권을 잃었다. 갈 곳 없어진 해당 직원들의 일자리 문제가 대두되자 정부는 지난 4월 추가로 시내면세점을 선정하기로 했다. 관세청이 면세점 추가 공고를 낸 뒤 야당을 중심으로 면세점 선정 과정에 특혜 의혹이 있다며 입찰을 연기하라고 요구했다. 관세청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면세점 선정을 예정대로 이달 17일 진행했다. 그 결과 유통업계 ‘빅3’인 롯데와 현대백화점, 신세계가 사업권을 땄다. SK는 사업권 재탈환에 실패했다.

(4) 청산위기 내몰린 한진해운

세계 7위, 국내 1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이 지난 9월1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한진해운은 5월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갔지만 채권단이 요구한 용선료 재협상과 채무 재조정을 이루지 못했다. 법정관리 이후 주요 자산을 매각하면서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고 있다. 한진해운 사태로 물류대란이 발생했으며 한국 해운사의 신뢰도가 추락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최순실 씨에게 미움을 산 결과가 아니절벽냐는 의혹이 빚어졌다.

(5) 최악의 조선 수주절벽

전례 없는 수주절벽으로 조선 강국 한국이 휘청거렸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도 연초 수주 목표치의 15%만 달성했다. 빅3에서만 희망퇴직 등으로 7000여명이 회사를 나갔다. 현대중공업은 위기 극복을 위해 6개사로 분사하기로 했고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2조8000억원의 자본확충을 받아 상장폐지를 면했다. STX조선해양은 지난 6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는 등 중견·중소 조선사들은 생사기로에 서게 됐다.

(6) 이재용 삼성전자 등기이사 선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월2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전면에 나섰다.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한편 갤럭시노트7 사태를 직접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를 계기로 경영권 승계를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11월 이사회를 열어 지주회사 전환 검토를 선언했다. 이 부회장은 ‘최순실 청문회’에 출석해 지난 50년간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7) 중국의 전방위 위협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거세졌다. LG화학, 삼성SDI 등은 중국 정부의 지원금 지급이 달린 전기차 배터리 인증 여부로 가슴을 졸였다. 중국 당국이 불확실한 태도를 보여 당초 8월이면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됐던 배터리 인증 문제는 해를 넘기게 됐다.

중국은 분유와 기능성 화장품 등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강화했다. 롯데에 세무조사 등을 벌이기도 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8) 미래차 생존 경쟁

전기자동차(EV)와 수소연료전기차(FCEV) 등 미래 친환경차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이 본격화됐다. 내년 출시될 신형 전기차 ‘모델3’를 앞세운 미국 테슬라가 전기차 열풍을 일으켰다. 한국과 일본에선 현대자동차와 도요타, 혼다 등이 전기차에 더해 수소차 양산에 속도를 내며 또 다른 진영을 구축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와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커넥티드카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합종연횡도 빨라지고 있다.

(9) 불거진 보호무역주의 전쟁

주요 20개국(G20)은 올해 무역장벽을 더 높이 쌓으며 무역구제(반덤핑·상계관세 부과 등), 수출입 제한 조치 등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미국은 한국산 내부식성 철강제품(도금판재류)에 최대 4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산에는 최대 451%의 반덤핑 관세 ‘폭탄’을 던졌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보호무역주의는 점점 더 노골화되는 분위기다. 보호무역주의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기업들은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 전경련 해체 위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재계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 9명은 지난 6일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금액의 대가성 여부를 추궁당했다.

여기서 일부 총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탈퇴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 전경련 해체 및 개편 논의가 본격화됐다. 이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은 특검 조사 대상에도 올라 출국금지 당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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