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훈의 기업탐방
포장박스 자동접착기 생산 에이스기계…"불황에도 주문 밀려 매일 잔업"
작업 준비시간 절반 단축…생산성·원가경쟁력 확보
보쉬·지멘스 고객 둔 獨社에 기계 디자인 의뢰해 고급화
대당 5억짜리를 15억에 판매, 40개국 수출…"내년 매출 270억"
[ 김낙훈 기자 ]
시화호 매립지에 조성된 시화멀티테크노밸리(MTV)에 공장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경기 안산·시흥에 걸쳐 있는 이곳에 포장박스(종이상자) 자동접착기 생산업체인 에이스기계가 있다. 이 회사는 요즘과 같은 불황에도 거의 매일 잔업을 한다. 주문이 밀려 있어서다. 공장 안에는 ‘4분기에만 300만달러 수출 달성’이라는 표어가 붙어 있다.
◆“유럽·미국 수출 본격화”
이철 에이스기계 사장(57)은 “연내 선적할 제품을 생산하느라 눈코 뜰 새 없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기존 기계와는 다르게 포장박스를 효율적으로 자동접착할 수 있는 설비를 개발한 데다 독일 업체에 의뢰해 디자인을 고급화한 전략이 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설비는 스위스 제품과 속도는 비슷하지만 작업 준비시간을 반으로 줄여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이 높다”고 덧붙였다.
길이가 13~25m에 이르는 포장박스 자동접착기는 상자를 접고 풀칠하는 자동화 설비다. 상자 형태로 재단이 된 빳빳한 판지를 접고 접착해 상자를 만든다. 일부 상자는 접기와 풀칠 작업이 정교하게 이뤄져야 하고 상자 자체에 굴곡을 주는 3차원 작업도 병행하는 등 무척 까다로운 기능을 갖고 있다. 화장품 음료수 과자 생필품 공산품 택배포장 등의 상자를 만드는 데 쓰인다.
이 사장은 “고급화 전략을 펼쳐 유럽과 미국의 빅바이어들에게도 납품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시화산업단지에 있던 공장을 2014년 초 시화MTV로 이전하면서 독일 설비와 스위스제 고가 부품을 과감하게 도입해 생산공정에 적용했다. 그는 “독일의 파일로트피쉬에 의뢰해 기계 디자인도 확 바꿨다”고 말했다. 베를린 뮌헨 암스테르담 등지에 사무소가 있는 파일로트피쉬는 디자인 및 이노베이션 컨설팅 업체로 보쉬 지멘스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품질·디자인 바꿨더니 명품”
이 사장은 “지난 6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인쇄전시회에 신제품을 전시했더니 바이어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성능이 뛰어난 데다 맵시 있는 디자인으로 변신하니 주문이 이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성능과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한 뒤 대당 2억~5억원에 팔던 기계 가격도 최고 3배 올렸다.
이 사장은 “그동안 해외 40여개국에 수출했지만 유독 미국과 유럽의 빅바이어는 독일 스위스 기계만 선호해왔는데 이번에 이들을 뚫었다”며 “수출 호조로 올해는 약 200억원, 내년에는 270억원의 매출(베트남법인 포함)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부산기계공고를 나와 해병대 근무를 거쳐 기계 수입업체에서 근무한 뒤 1993년 기계 제조업체를 차렸다. 기계과 출신이어서 뭔가를 만드는 데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독일 스위스 제품에 비해 기술면에서 손색이 없고 우리가 낫다는 평을 들을 정도가 됐다”며 “앞으로는 저가시장을 벗어나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품 시장에서 승부를 걸겠다”고 강조했다. ‘시그내처(signature)’라는 브랜드를 쓰는 이 회사는 첨단 기술을 속속 개발해 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 수상, 우수기술연구센터(ATC) 선정, 지식재산권(IP) 스타기업 선정, 신기술 인증 등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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