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사회적경제 우수기업] 4년간 사회적기업 40곳…지역사회 '상생의 꽃' 피우다

입력 2016-12-20 16:54
서울시·서울산업진흥원 공동

단순한 이윤 추구 기업 넘어
일자리 창출·지역환원 나서
2013년 12곳서 총 40곳 확대
선정 기업 매출 증대 '선순환'


[ 안재광 기자 ] 서울 동작구 상도동 삼성농아원 입구에는 이름난 떡집이 있다. 정직하게 맛있는 떡을 만드는 삼성떡프린스다. 순수 국산 천연 재료만 쓰고 ‘당일 배송 당일 제조’ 원칙을 지킨다. 떡 색상은 색소가 아니라 호박이나 쑥, 흑마, 자색고구마 등으로 낸다. 2010년 설립 이후 매출이 꾸준히 늘어 작년엔 5억원에 달했다. 삼성떡프린스의 또 하나 특징은 직원 대부분이 청각장애인이란 점이다. 2010년 이곳에 떡집이 들어선 것도 청각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목적이었다. 수익금은 모두 장애인 급여와 작업장 원생들의 교육, 외부 활동 프로그램 등에 쓰인다.

지역사회 상생·협력이 최우선

기업의 역할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과거엔 이윤 추구가 첫 번째 목표였다. 돈만 잘 벌 수 있다면 다른 요인은 무시되거나 후순위가 됐다.

요즘은 기업의 존재 이유가 달라졌다. 단순히 이윤 추구만 해선 안 된다.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내야 하고 기술 혁신도 이뤄야 한다. 번 돈의 일부를 떼서 사회 공동체를 위해 쓰기도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란 용어가 흔하게 쓰일 정도로 기업은 사회에 일정 부분 기여하는 게 당연한 일이 됐다.

‘사회적경제기업’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존재 이유가 이윤 추구에 있지 않다. 지역사회를 통한 상생과 협력이란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한다. 사회적경제기업은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한다. 이윤의 상당 부분을 사회에 환원한다.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형태도 다양하다.

일반 기업에 비해 숫자도 적고 규모도 영세하지만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도 사회적경제기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을 제정해 시행한 지 10년 가까이 됐다.

4년간 40개 우수기업 지정해 지원

서울시는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활발하게 사회적경제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2013년 말부터 서울시가 사회적경제 우수기업을 선정하고 서울산업진흥원(SBA)과 공동으로 지원하고 있다. 2013년 12곳을 시작으로 2014년 6곳, 지난해 7곳 등 총 25곳을 선정했다. 올해도 최근 15곳을 추가로 지정해 총 40곳으로 늘었다.

사회적경제기업 롤모델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된 이들 우수기업에는 최대 3년간 판로·홍보·경영 등의 분야에서 ‘맞춤형 밀착 지원’을 한다. 경영 지원은 경영관리, 재무회계, 인사, 마케팅 분야 전문가들이 컨설팅을 해준다. 판로 지원은 국내 전시회 참여, 민·관 공동영업단 운영, 공공구매 상담 지원 등이 있다. 공동 광고와 홍보 지원도 이뤄진다. 여기에 투자유치 지원, 네트워크 구축 지원 등의 프로그램도 있다.

우수기업을 상대로 한 공통 지원과 별개로 각 기업이 희망하는 분야를 직접 선택해 사업을 추진하고 사업비를 사후 정산받는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도 있다. 경영·판로·품질·홍보 등 총 4개 분야 12개 부문을 기업 역량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활용하고 있다. 서울산업진흥원 관계자는 “기업 경영상 우선 순위에서 밀리지만 장기적으로 필요한 사업에 사업비를 투입할 수 있도록 융통성을 발휘한 것”이라며 “맞춤형 지원사업이 이 사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직원과 소통하거나 화합하는 기업이 많다는 얘기다.

올해는 우수기업을 대상으로 투자유치 지원이 신규로 추가됐다. 서울산업진흥원이 운용하는 서울산업진흥기금의 투자 자금을 유치할 수 있게 됐다.

지원 대상 기업 매출 증가

서울시의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우수기업의 성과는 두드러진다. 2013년 말 선정된 12개 우수기업은 지원 첫해인 2014년 평균 매출 증가율이 35%에 달했다. 두 번째 해인 작년엔 증가율이 더 높아져 57%까지 올라갔다. 기업별 편차를 감안해 상위 1~2위 기업을 제외하더라도 평균 매출 증가율이 11%였다. 이는 2014년 통계청이 발표한 ‘기업체 행정통계 잠정 결과’ 중소기업 매출 증가율 3.6%와 비교해 훨씬 높은 것이다.

이들 기업의 작년 평균 영업이익은 5800만원이었다. 이는 국내 전체 사회적경제기업의 상위 7%에 해당하는 것이다. 2014년 선정된 6개 기업 또한 지원 첫해인 지난해 평균 매출 증가율 18%, 고용 증가율 4%를 각각 기록했다. 지원 효과가 바로 성과로 연결된 것이다.

2013년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심원테크가 대표적이다. 데스크톱 PC와 모니터, 토너 카트리지 등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인증 비용을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으로 신청했다. K마크, Q마크, 환경표지 등에 소요되는 인증 비용을 크게 절감했다. 이후 조달청이 시행하는 계약이행실적 평가에서 지난해 납기, 품질, 수요기관 만족도 등 5개 항목 모두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노인이나 환자 등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우누리 또한 2014년과 지난해 2년간 맞춤형 지원을 받았다. 워크숍, 홍보물 제작, 홈페이지 구축 등에 지원을 활용했다. 매출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달하는 이 회사는 직원 역량 강화와 홍보에 투자할 여력이 없었던 터라 효과가 더 컸다. 이를 통해 구성원의 자존감이 높아졌고 이는 서비스 질 향상으로 이어졌다.

삼성떡프린스는 인터넷 홈페이지, 떡 패키지 구성 등에 지원의 초점을 맞췄다. 관리가 제대로 안 되던 홈페이지는 인터넷 결제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홈페이지에서 떡 상품을 고른 뒤 전화 주문을 받았다. 우수기업에 선정된 뒤엔 홈페이지와 제품 패키지 디자인 개선을 신청했다. 떡을 포장하는 방법은 물론 떡에 맞는 상품 패키지가 만들어져 상품 구성이 완전히 바뀌었다. 디자인도 훨씬 고급스럽게 변했다. 홈페이지에서는 곧바로 결제가 가능해졌다. 이 같은 변화를 통해 삼성떡프린스의 매출은 2013년 3억원 수준에서 작년 5억원까지 늘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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