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정치부 기자) “영화를 만드는 단계는 기획, 투자, 제작, 배급, 상영의 다섯 단계가 있는데 대기업이 이 모든 것을 다 하다 보니 폐해가 너무나 큽니다. 대표적인 게 CJ와 롯데죠. 저는 최소한 영화관은 매각이나 계열분리를 하라고 주장하는 겁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한 19일 오후. 그는 ‘공정한 경제 생태계’를 강조하면서 영화관 얘기를 한참동안 풀어놨다. CJ 계열의 ‘CGV’와 롯데가 운영하는 ‘롯데시네마’는 그룹에서 떼어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안 전 대표는 최근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대기업이 영화배급업과 영화상영업을 겸업할 수 없도록 했고, 영화관이 특정 영화를 몰아서 상영하는 것도 규제했다. 만약 통과된다면 CJ와 롯데의 영화사업에 직격탄이 된다. 통상 ‘대선주자급’ 의원들은 법안 발의를 많이 하지 않는데도 안 전 대표는 ‘문제적 법안’을 내놓은 것이다.
안 전 대표는 “선진국들처럼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생태계를 만들지 않고, 오히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착취하는 동물원 구조를 만들고 있기에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지 않고 일자리를 만들지 않는다”며 “우리 영화산업에도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전 대표는 “영화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중소제작사가 정말로 좋은 영화를 만들어서 대박을 내고, 그래서 큰 규모의 제작사로 성장이 가능해야 한다”면서 “그러면 전체적으로 파이가 커지고 외국에 수출도 열심히 할 수 있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다섯 단계를 다 대기업에서 하다 보니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중소제작사에서 만든 영화는 심야상영이나 새벽상영을 하면서 자연적으로 도태되게 만들고 같은 대기업 계열사 작품만 계속 거는 폐단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런 상황은 중소제작사는 물론이고 대형 제작사에게도 독이 됩니다. 지금은 할리우드 제작사뿐 아니라 넷플릭스, 아마존 등이 무섭게 물밀듯 들어오고 있습니다. 영화산업 패러다임이 바뀔 때 를 대비하지 않고 안주하면 지금 잘 나가는 영화사들도 살아남기 힘듭니다.”
멀쩡한 극장을 매각하라는 것은 ‘반자본주의적 발상’이라는 반론에 대해서도 안 전 대표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는지 예를 들어 드릴게요. 미국도 옛날에 그런 적이 있었답니다. 파라마운트가 영화의 모든 것을 수직계열화해 같은 문제가 있었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이걸 제소해 대법원에서 판결이 났어요. 파라마운트를 포함한 대형 제작사 다섯 곳은 갖고 있는 영화관을 매각하라고요. 그게 1948년, 그러니까 70년 전이에요. 그 이후 할리우드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된 거죠.”
안 전 대표는 “‘대기업이 그동안 많이 먹었으니 빼앗아 중소기업 주자’는 식의 과격한 주장에는 반대한다”며 “제가 주장하는 것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틀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도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환경을 보장하다가 그게 안 되고 독과점으로 슬슬 흐르면 과감하게 개입한다”며 “치열한 경쟁은 소비자에게 좋은 것”이라고 했다.
안 전 대표는 “대한민국은 실력 있는 사람과 빽 있는 사람이 경쟁하면 실력 있는 사람보다 빽 있는 사람이 이기는 불공정한 구조”라며 “대한민국의 많은 문제의 중심에는 불공정한 사회구조와 경제구조가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영화산업을 통해 안철수표 경제정책인 ‘공정성장론’을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끝)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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