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이 내년 4월부터 기존 상품보다 보험료가 25%가량 저렴한 '기본형'에 3개 특약이 붙는 구조로 바뀐다. 그동안 일부 가입자의 무분별한 의료 쇼핑으로 몸살을 앓던 실손의료보험이 달라지는 것이다.
'기본형'은 과잉 진료 행위가 심각한 것으로 지적되는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신데렐라주사·마늘주사 등 비급여 주사제를 보장하지 않는다. 이에 이런 치료에 대한 보장을 받으려면 보험료를 더 내고 특약에 가입해야 한다.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고서 2년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다음 1년간 보험료를 10% 이상 깎아주는 할인 제도도 도입된다.
금융위원회, 보건복지부, 금융감독원은 20일 이 같은 내용의 실손의료보험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의료비를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올해 6월 기준으로 전 국민의 65%인 3296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하지만 보장 영역이 너무 방대해 과잉 진료나 의료 쇼핑 등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로 인해 보험사들의 손해율(납입 보험료 대비 지급 보험금의 비율)이 높아지고, 보험료가 인상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자 정부가 제도 자체를 수술대 위에 올렸다.
내년 4월부터 소비자들은 '기본형' 상품에만 가입할 수 있다.
기본형에 가입한 뒤 특약 3가지 중 일부를 선택하는 구조다.
기존 실손보험 보장 항목 중 과잉 진료가 나타나고 있는 항목을 특약으로 뺐다.
도수치료·체외충격파치료·증식치료(특약①), 비급여 주사제(특약②), 비급여 자기공명영상검사인 MRI(특약③) 등 5가지 진료는 원하는 사람만 보험료를 더 내고 보장받도록 했다.
기본형 실손보험에 가입하면 5가지 진료행위에 대한 보험금을 받을 수 없을 뿐 대다수 질병·상해치료를 보장받을 수 있다.
기본형 보험료는 40세 남성 기준으로 26.4% 저렴하다.
지금은 40세 남성 실손보험료가 월평균 1만9천429원인데, 새로 출시되는 기본형 상품은 1만4천309원이다.
여기에 특약①(1천394원), 특약②(834원), 특약③(1565원)까지 모두 가입하면 총 보험료가 1만8천102원이다.
만능 보장형인 기존 실손보험료보다 6.8% 싸다.
대신 특약 가입자의 자기부담비율은 20%에서 30%로 높인다.
'본전 뽑기'식의 무분별한 의료 쇼핑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특약에 가입해도 보장 횟수와 한도가 설정된다.
도수치료는 연간 50회, 연간 누적 350만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MRI는 입원·통원 구분 없이 연간 보장 한도를 300만원으로 뒀다.
기존 실손보험의 통원한도(30만원)보다 검사 비용이 비싸 실비 보장을 위한 불필요한 입원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의료기술 발달로 과잉 진료를 촉발하는 '제2의 도수치료'가 나타날 경우 이를 새롭게 특약으로 만들어 '기본형' 실손보험을 안정화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4월 이후 출시되는 신규 실손보험부터 가입 이후 2년간 비급여 의료비 보험금을 한 번도 청구하지 않은 가입자에겐 보험료를 10% 이상 할인해준다.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는 유불리를 따져보고 새로운 실손보험으로 갈아탈 수 있다.
실손 의료보장이 대부분 특약 형태로 부가된 데다 갈아타는 과정에서 기존 상품의 보험금 청구 실적에 따라 가입이 거절될 가능성이 커 정부가 내년 상반기 중 쉬운 전환을 위한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보험사들은 2018년 4월부터는 실손보험을 암보험 등 다른 보험에 끼워팔지 못한다.
보험사들은 손해율이 122% 수준으로 높고, 판매수당이 적은 실손보험을 사망보험, 암보험 등과 함께 팔아 손해를 만회해왔다.
작년 말 현재 실손보험에만 따로 가입한 '단독형' 비중은 3.1%에 불과하다.
실손보험을 다른 보장 보험과 패키지로 팔면 보험료가 월 10만원 내외로 높지만, 실손보험만 따로 가입하면 월 1만~3만원대로 낮아진다.
실손의료보험 청구 절차는 간소화된다.
내년 중 모든 보험사가 모바일 앱을 통한 청구 서비스를 시작하고, 보험사 홈페이지에선 회원가입 절차 없는 청구가 가능해진다.
정부는 재직 중에만 보장되는 단체실손보험 가입자가 퇴직 후에 개인실손보험으로 연결해 보장받을 수 있도록 내년 하반기 중 연계 장치도 마련하기로 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