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서 국제부 기자) 말콤 턴불 호주 총리가 영국연방 탈퇴론을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턴불 총리는 18일(현지시간) 공화정 추진운동 25주년 기념식에서 “영국 군주와 헌법적 단절을 꾀하는 국민투표를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입헌군주제를 염두에 둔 듯 “우리는 위나 아래를 보지 않고 존중과 존경의 가치로 (옆에 있는) 서로를 본다”며 “우리는 호주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호주는 헌법상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90)을 국가수반으로 하는 입헌군주제 국가입니다. 선거로 총리가 되더라도 엘리자베스 2세의 승인을 받아야 국정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2세는 호주에 자신의 대리인인 총독을 두고 있습니다. 총독은 호주 총리의 천거로 여왕이 지명합니다. 총독은 연방총독뿐만 아니라 주정부의 총독도 있습니다. 현재 연방총독은 호주 합참의장을 지낸 피터 코스그로브 경(69)으로 2014년 3월 제26대 총독이 됐습니다.
1788년 대영제국의 이주지로 출발한 호주는 1901년 호주연방으로 분리된 이후에도 군주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1999년 국민투표를 통해 영연방 탈퇴를 추진했지만 55%에 육박하는 반대로 부결됐습니다. 아시아보다 유럽에 가깝고자 하는 정서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턴불 총리는 17년 전의 부결을 감안한 듯 이번 연설에서 “국민투표에서 영연방 탈퇴로 결정이 나더라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생전에는 진행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턴불 총리의 발언이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2.50%→2.25%)과 국가 신용등급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국의 긴장감을 높였다”고 전했습니다. 호주인 상당수는 여전히 영국 이민자거나 영국과 여왕에 강한 충성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 정치인은 국영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공화제 도입의 문을 다시 열려고 해서 우리 보수주의자들이 매우 화났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정치제도보다 경제에 좀 더 힘을 써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자원부국 호주는 1991년 3분기 이후 한 차례도 분기별 경제성장률이 두 번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없을 만큼 탄탄한 성장을 유지해왔습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가 신용등급이 최고인 AAA입니다. 하지만 최근 최대 자원 수입국인 중국의 성장세 둔화 등으로 재정적자가 늘어나고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 등 국제 신용평가 회사들은 등급 하향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끝)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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