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개인(가계)이 예금이나 투자를 하지 않고 집 등에 보관하는 ‘장롱예금’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등으로 장기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돈을 굴릴 데가 줄어든 탓이다.
20일 일본은행의 3분기 자금순환동향 자료에 따르면 개인이 보유한 현금은 9월말 78조엔(약 780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 2011년 말 이후 19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늘었다. 일본은행이 2013년 양적완화에 들어간 데 이어 지난 2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서 은행 예금이나 투자상품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자를 받던 금융상품들도 금융회사들이 역마진을 우려해 판매를 중단하면서 시중 자금이 갈 곳이 없어졌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 직후에는 개인들이 집에 현금을 쌓아두기 위한 개인금고 판매가 급증하기도 했다.
개인 전체 금융자산은 9월말 1752조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0.6% 증가했다. 현금·예금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 증가한 916조엔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투자신탁은 88조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했고 주식 등도 150조엔으로 2.2% 줄었다. 일본 정부는 개인 금융자산을 저축에서 투자로 이끌기 위해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 도입과 같은 정책을 내 놓고 있지만 안전자산 선호흐름은 변하지 않고 있다.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돈을 쌓아두고 있는 것은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금융기관을 제외한 기업이 보유한 현금·예금은 9월말 246조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기업들이 실적 개선으로 벌어들인 돈을 설비투자나 직원 임금 인상 등으로 돌리지 않고 기업 내부에 모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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