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대형 사립유치원들 사이에서 원비를 사적용도로 사용하거나 개인의 재산을 불리는데 이용하는 등 회계부정 실태가 만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유치원은 원장의 자녀가 구입한 성인용품비를 유치원 회계로 처리했다가 적발됐다.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관은 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도내 사립유치원 60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부터 1년간 벌인 운영실태와 회계감사 중간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시민감사관 측은 회계부정 처리의 정도가 심한 7곳은 고발조치했다.
감사대상은 도내 1100여개 사립유치원 가운데 지역별로 원아 수가 가장 많고 한 명의 설립자가 복수의 유치원을 운영하는 대형 사립유치원 위주로 선정해 진행했다.
도교육청 시민감사관은 사립유치원의 감사 지적사항을 ▲사적재산증식 ▲사적사용 ▲가장 거래 ▲가족중심 운영 ▲교육과정 편법운영 등 5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다.
대표적인 적발 유형으로는 원비를 명확한 지출근거 없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점이다.
감사결과에 대형 사립유치원 60곳 모두 시민감사관으로부터 회계부정처리 지적을 받았다. A유치원 운영자는 2014∼2015학년도 유치원회계를 집행하면서 78건 285만여원을 개인용도로 사용하거나 자녀의 업무추진 명목으로 애견물품이나 의류구매 등에 사용하도록 용인했다.
B유치원 운영자는 지난해 3월께 거주지 인근 마트에서 162만원 상당의 김치냉장고를 구매, 감사 당일까지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C유치원은 2014∼2015학년도 신용카드 사용 후 매출전표를 다수 누락했으며, 신용카드로 약 11억9000만원을 골프장이나 개인 의류 매장 등 사적 사용이 의심되는 곳에서 여러차례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상만 시민감사관은 "한 유치원 원장 아들은 서울 홍대에서 성인용품을 구매한 뒤 유치원회계로 처리하기도 했다"며 사립유치원들의 회계부정을 지적했다.
이밖에 누리과정 교육활동 시간에 놀이체육, 재즈발레, 요리, 청각 놀이 등 운영계획과 상이한 특성화교육을 실시해 학부모들에게 별도의 강사비와 재료비를 부담한 유치원들도 적발됐다.
송병춘 시민감사관 대표는 "일부 운영자와 원장들은 월 1000만원의 고액 급여를 받고도 별도의 유치원 명의의 가드로 사치품을 구입했다"며 "반면 원아들의 급식재료비는 한끼에 1천원도 되지 않는 곳도 있을 정도로 급식 질과 안전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회계부정에도 불구 현행법상 사립유치원은 학교법인이 아니여서 원장, 설립자가 회계를 사적으로 유용해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경기도교육청과 시민감사관 측은 '경기교육 유아 분야 투명사회협약'을 맺고 사립유치원 스스로 자발적·능동적 개선을 유도해 나갈 방침이다.
도교육청은 시민감사관 감사에서 적발된 사항을 정리해 내년 2월께 사립유치원 운영실태 감사에 대한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수원=윤상연 기자 syyoon11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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