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필 기자 ]
지난 7월 귀순한 태영호 전 주(駐)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사진)가 “북한에서는 직위가 올라갈수록 감시가 심해져 자택 내 도청이 일상화돼 있다”고 폭로했다고 이철우 국회 정보위원장이 19일 전했다. 이날 서울 모처에서 가진 태 전 공사와 국가정보원 관계자, 이 위원장과 국회 정보위 여야 간사의 간담회 자리에서다.
이 위원장은 이날 국정원 입회하에 3시간가량 태 전 공사와 면담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김정은이 어리기 때문에 통치가 수십 년 지속될 경우 자식, 손자 대까지 노예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절망감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간부가 많다”고 전했다. 또 “현영철 전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처형된 것도 집에서 이야기를 잘못한 것(이 도청됐기) 때문”이라며 “엘리트층은 마지못해 충성하는 시늉만 내고 있으며, 주민도 낮에는 ‘김정은 만세’를 외치지만 밤에는 이불을 덮어쓰고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가고 있다”고 전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 공포통치 아래 노예 생활을 하는 북한의 참담한 현실을 인식하면서 환멸감이 커져 귀순 결심을 굳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오는 23일 태 전 공사 조사를 마치고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태 전 공사는 “민족의 소망인 통일을 앞당기는 일에 일생을 바칠 것”이라면서 “신변 위협을 무릅쓰고서라도 대외 공개 활동을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정변이 나도 북한 엘리트와 김정은 측근들이 중국으로 도망가지 않고 한국으로 와도 괜찮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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