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수의 약 파는 이야기⑬-끝]다시 출발점에 선 제약바이오와 트럼프케어

입력 2016-12-19 09:27
[ 한민수 기자 ]

최악이다. 제약·바이오주들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9월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계약 해지 이후 유한양행과 녹십자의 임상 중단 등 신약개발 악재가 겹치며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주가는 곧두박질쳤다.

신약 개발의 어려움을 실감하면서 52주(1년) 최저가 종목들도 앞다퉈 나왔다. 장밋빛 전망이 반영됐던 주가 프리미엄(할증)이 사라진 것이다.

지난 6월9일 11,345.56의 최고가를 기록했던 유가증권시장 의약품지수는 12월16일 종가 7408.78로 35% 급락했다. 코스닥시장 제약지수도 2015년 7월7일의 최고가 7889.13에서 22% 하락했다.

본격적으로 신약 기대감이 반영되기 시작했던 지난해 상반기 수준으로 돌아왔다. 때문에 프리미엄이 사라진 지금을 제약바이오주의 저점으로 인식하는 분석들도 나온다.

이승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각종 지표를 감안할 때 제약바이오업종의 저점 신호가 나오고 있다"며 "의약품지수와 제약지수는 최근 5년간 평균 주가수준을 밑돌고 있다"고 말했다.

4분기 제약바이오업종 실적 추정치의 상향조정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실적 추정치의 변화는 주가에 있어 선행성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는 제약바이오 주가의 하방지지 및 저점 반등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장기 제약바이오 주가 바닥에서 새로운 기회를 엿볼 시점"이라며 "투자전략상 주가 바닥에서 할 일은 언제나 실적에 기반한 옥석 가리기"라고 조언했다.

증시 전문가들이 중장기적으로 주목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의료정책, 즉 '트럼프케어'다. 트럼프케어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업체들에 상승동력을 제공할 것이란 기대다.

트럼프케어의 핵심은 '오바마케어의 폐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전국민의 의료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오바마케어를 2014년 시행했고, 이로 인한 의료비 지출 증가로 미국 정부는 재정 부담에 시달렸다.

2015년 기준 미국의 1인당 의료비 지출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16.9%에 달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9.0%보다 크게 높은 것이다.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은 신약 가격 거품론과 약가인하를 보건의료 정책으로 내세웠다. 반면 트럼프는 고품질 저가 해외 의약품 수입을 확대해 약가 인하를 유도한다는 정책을 가지고 있다. 시장의 논리를 따른다는 것으로 인위적인 약가인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트럼프는 약가규제에 반대하는 톰 프라이스 하원의원을 차기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하기도 했다.

서근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보험료 인하가 필수"라며 "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시장 경쟁을 통해 낮은 약가가 형성돼야 하고, 경쟁을 위해 여러 업체의 복제약 판매가 가능해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 진출하는 제네릭(복제약) 및 바이오시밀러 업체에 우호적이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 전망이다. 특히 건보 재정은 미국 뿐 아니라 고령화로 전세계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란 점에서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가 주목받고 있다.

'약 파는 이야기' 시리즈를 시작한 지난해 8월 이후 여러 이슈를 겪으면서 제약바이오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크게 달라졌다. 이제는 기대만이 아닌 성공 확률을 얘기하고 있고, 산업의 세계적 흐름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제약바이오주는 다시 출발점에 섰고, 우리는 조금 더 성장했다. 다시 시작이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