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에 빠진 중국 통화정책
국채금리 16개월 만에 최고…선물거래 한때 중단
금리 올려 자본탈출 막자니 6.7% 성장 '난망'
미국 국채 팔아 환율방어…일본에 보유국 1위 내줘
[ 베이징=김동윤 기자 ]
중국 정부가 16일 중앙경제공작회의 폐막 직후 발표문을 통해 “내년에도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신중한 통화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 안정에 필요한 적정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면서도, 자산가격 거품에 따른 금융 위험은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중국의 올해 거시정책 기조와 큰 차이가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하지만 “회의 기간 중인 지난 14일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함에 따라 중국은 내년도 경제정책 운용에서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예고된 악재에도 놀라
Fed의 14일 기준금리 인상은 오래전부터 예고된 악재였다. 중국 증시는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상하이종합지수는 15일 0.73% 하락했지만 16일에는 0.17% 반등했다.
중국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은 달랐다.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15일 연 3.4%로 16개월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금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10년물 국채선물 가격은 장 초반 2%대 급락세를 보였다. 화들짝 놀란 중국 증권감독당국이 국채 선물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일시적인 거래 중단 조치를 내렸다. 중국경제일보는 “장기 국채금리는 16일 안정세를 보였지만 유례없는 거래 중단 조치에 채권시장 관계자들이 공포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달 하순 중국 정부가 전방위적인 자금 유출 방지 대책을 내놓은 이후 안정을 찾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다시 급락세로 돌아섰다. 미국 달러화와 비교한 위안화 가치는 15일 하루 동안 0.61% 떨어졌다. 지난 1월4일(0.68% 하락) 이후 11개월 만의 최대폭이다. 16일에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제일재경일보는 Fed가 내년에 세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는 점을 들어 “중국의 채권금리 급등과 위안화 가치 하락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통화정책, 딜레마에 빠져
중국 위안화는 2005년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한 이후 2013년까지 매년 미국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였다. 환차익을 노린 글로벌 자금이 중국에 급속히 유입됐다.
그러나 2014년부터 위안화가 달러 대비 약세로 돌아서자 글로벌 자금이 중국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올초 이후 중국 정부는 글로벌 자금의 중국 탈출을 제어하면서도 실물경기에는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해외 기업의 본국 송금 규제 강화, 중국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 규제 강화 등과 같은 미시정책으로 대응해 왔다. 외국인 자금 유출을 막겠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부채가 많은 중국 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이는 실물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해서 내놓은 조치다.
쑹위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는 그동안 금리를 올리면 안정적 성장이 위협받고, 금리를 내리면 자금 유출이 가속화하는 난처한 상황에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해왔다”고 말했다.
◆외환보유액 3조달러 무너질 듯
Fed가 연속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 글로벌 자금의 중국 탈출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미·중 간 금리 격차가 좁혀지면 위안화 자산에 투자할 이유가 줄어든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지난달 말 3조520억달러까지 줄어들어 심리적 마지노선인 3조달러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중국이 미국 국채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미 국채 보유국 1위 자리를 일본에 내줬다. 미국 재무부가 15일(현지시간) 발표한 국제자본수지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1조1200억달러로 일본(1조1300억달러)보다 적었다. 이는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5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한 것이다.
결국 중국 정부가 자금 유출을 억제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올해 6.7%로 예상되는 경제성장률이 내년 6%대 초반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