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권한 키우는데 몰두
국정조사 증인 강제구인
탄핵 대통령은 예우 축소
[ 유승호/임현우 기자 ] 핵심 증인이 빠진 ‘최순실 청문회’가 논란이 되자 국회에서는 증인 불출석을 막기 위한 법안들이 이른바 ‘최순실·우병우 방지법’이라는 이름을 달고 무더기로 발의되고 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법 개정안’은 최근 한 달 사이에만 12건이 쏟아졌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개정안은 국정조사 증인이 동행명령 거부 시 ‘강제구인’할 수 있도록 했고,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증인이 출석요구서 수령을 의도적으로 기피하면 ‘공시송달’(관보 게재·인터넷 공시)로 대체할 수 있게 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불출석에 대한 처벌을 현행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으로 조정했다. 우 의원은 “중차대한 청문회에 임의로 불출석하고, 거짓말하는 상황을 그대로 묵과할 수 없다”며 “벌금형 없는 징역형으로 바꿔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청문회나 국정조사에 나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조건 징역형을 내리자는 발상은 최순실 정국에 편승한 ‘감정적 입법’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여소야대인 20대 국회에서는 국회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반면 대통령과 검찰의 힘은 빼는 방향의 법안 추진이 늘고 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주민선거로 선출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을 내놨다. 박 의원은 “검찰을 정치검찰에서 탈피시키고 지역 검찰사무가 주민 뜻에 따라 운용되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대통령 임명권을 빼앗아 직선제로 전환하는 것은 부작용이 크다는 반론도 많다.
박근혜 대통령을 염두에 두고 탄핵당한 대통령은 외교관 여권, 국가장 등의 예우를 못 받게 하는 법안들도 나와 있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의 ‘사법경찰관리법 개정안’은 국회 증인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집행하는 국회사무처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승호/임현우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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