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사업에 집중한 동국제강
사옥·골프장·자회사 등 매각…컬러강판 늘리고 제철소 지어
재무개선 약정 조기 졸업
현대로템, 뼈를 깎는 구조조정
10년 만의 희망퇴직·임금 반납…"저가수주 막자" 혁신위 가동
재무개선 성공한 두산인프라
밥캣 상장 4년 앞당겨 완료, 공작기계 매각…올 흑자 3904억
[ 도병욱 기자 ]
올해 산업계의 화두는 ‘위기’였다. 세계경기 침체와 중국발(發) 공급과잉으로 많은 기업의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특히 철강 조선 기계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기업들의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크지 않은 데다 신시장 개척 및 신제품 개발 같은 불황 타개책이 먹히지 않았다는 특징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좋은 성적표를 받은 중후장대 기업이 있다. 동국제강, 현대로템, 두산인프라코어 등이 대표적이다.
위기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통해 체력을 키운 기업들이다. 업황이 개선되면서 큰 폭의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핵심 역량 빼고 다 판 동국제강
동국제강은 올해 1~3분기 245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734억원)과 비교해 233% 증가했다. 동국제강은 글로벌 경기 부진과 공급과잉 여파로 2012년 경영난에 빠졌다. 2014년에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과 재무구조개선 약정도 맺어야 했다. 철강업계에서 ‘빅3’라고 불리던 동국제강이 위태롭다는 얘기가 나왔다. 반전은 위기와 함께 시작됐다. 동국제강은 포항 1후판 공장을 매각하고, 포항 2후판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서울 을지로 본사 사옥인 페럼타워와 알짜 자회사 국제종합기계, 휴대폰 부품업체 DK유아이엘, 대중(퍼블릭)골프장 페럼클럽을 내리 매각했다.
그러면서도 핵심역량에 대한 투자는 강화했다. 수익성이 높은 컬러강판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고, 브라질에 용광로 제철소를 지었다. 발 빠른 구조조정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결국 2년 만에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졸업했다. 장세욱 부회장은 지금도 “철강업계가 예전과 같지 않다”며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혁신으로 위기 돌파한 현대로템
현대로템은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에 편입(2001년)된 이후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저가 수주한 프로젝트가 손실로 돌아왔고, 수주 가뭄 현상까지 더해졌다. 현대로템의 위기 돌파 해법은 ‘혁신’이었다. 저가 수주를 사전 차단하는 경영혁신위원회를 조직하고, 대표이사가 참여토록 했다. 대표이사가 저가 수주를 책임지고 막겠다는 의미다. 희망퇴직과 임원 연봉반납 등 구조조정도 병행했다. 현대로템이 희망퇴직을 시행한 것은 10년 만이었다. 수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협업 조직도 구성했다. 과거 각자 움직이던 영업, 구매, 연구 분야를 한데 모은 태스크포스팀을 갖춘 것이다.
혁신과 구조조정은 ‘수주 대박’으로 이어졌다. 지난 8월 이미 역대 최대 수주실적을 달성했다. 9월 말 기준 철도부문 수주액은 2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수주액(5774억원)의 약 4배다. 증권업계는 올해 현대로템이 920억원 규모의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한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인프라코어도 지난해까지 ‘위기에 빠진’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 회사다. 두산인프라코어 때문에 두산그룹이 흔들린다는 말까지 나왔다. 미국 소형 굴삭기 제조업체 밥캣을 인수하느라 재무상황이 악화됐고, 중국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영업환경도 나빠졌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했다. 2020년으로 계획했던 두산밥캣 상장작업을 올해 완료했다. 알짜 사업부인 공작기계사업본부도 매각했다. 중국시장을 겨냥한 대형 굴삭기와 북미 및 유럽시장을 노리는 소형 굴삭기라는 포트폴리오도 유지했다. 이 전략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987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1~3분기 흑자 규모는 3904억원에 달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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