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사태·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배경 등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22일 파업 결의…모친상까지 대내외적 어려움 겹쳐
[ 안혜원 기자 ] '행복'을 화두로 제시하며 2016년을 시작했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이 어느때보다 어려운 연말을 맞이했다.
한진그룹 모태기업 격으로 고(故) 조중훈 창업주가 세운 한진해운은 2대 만에 접게됐다. 한진해운 사태와 더불어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배경 등이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에 휩싸이면서 그룹 전체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 회장은 모친상까지 겪으면서 대내외적인 어려움에 봉착한 모습이다.
16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조 회장의 모친 김정일 여사가 전날 향년 9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조중훈 창업주가 설립한 한진상사가 글로벌 종합물류 기업 한진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헌신적으로 내조한 인물이다. 재계에서는 한진가(家) 자제들을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한 현모양처로 기억하고 있다.
올해 조 회장은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모친상으로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게된 것은 물론 그룹 안팎에서도 다양한 악재가 쏟아졌다.
한진해운은 끝내 청산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9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후 법원의 회사 생사 여부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한진해운은 국내 1위 해운사이자 세계 7위 해운사로 맹위를 떨쳤지만 지난 8월 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요구한 유동성 부족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물류대란 후폭풍이 불거지는 동안 잔여 자산 대부분이 처분되면서 결국 청산을 바라보고 있다.
이에 한진, 한진해운, 대한항공을 통해 육·해·공을 아우르는 글로벌 종합 물류기업을 일구겠다는 조 회장의 '수송보국(輸送報國)'의 꿈도 사라지게 된 상황이다.
그런데 한진해운 사태는 엉뚱한 곳에서 다시 공론화됐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한 배경에 한진그룹이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에게 미운털이 박혔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세간에 나돌기 시작하면서다. 타 기업과 비교해 미르재단에 가장 적은 금액을 냈고, K스포츠재단에는 출연을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조 회장은 지난 6일 청문회장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성에 대해서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하지만 청문회 막바지에는 "한진해운이 퇴출된 게 최순실 씨에게 밉보인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는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나중에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의원님에게 부탁드린다"고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최순실 게이트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 문제도 도마 위에 올렸다. 조 회장은 위원장에 취임한 이후 최씨 측으로부터 올림픽 관련 수억원대의 각종 사업들을 제안받았다. 스위스 스포츠 시설물 건설업체인 누슬리에게 3000억원대 올림픽 개폐회식 시공 사업을 맡기라는 청와대 측의 압박도 받았다. 사업성을 이유로 이를 거부한 조 회장이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나라는 압력을 받았다는 의혹이 나온다. 이에 대해 최근 조 회장은 "언론에 나온 것이 90% 맞다"고 시인한 바 있다.
한편 대한항공의 조종사 노조와의 임금 협상 문제를 놓고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임금 인상폭을 놓고 노사간 입장차가 커 협상을 통한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최종 교섭을 벌였지만 결렬되면서 조종사 노조는 오는 22일부터 파업을 예고했다.
그룹 측은 이 같은 악재들의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무관하다는 점을 거듭 주장했다. 조종사 파업에 대해서는 "항공업은 필수 공익사업장인만큼 파업을 하더라도 국제선 80%와 제주노선 70%, 내륙노선 50%의 운항은 법적 의무"라고 강조했다. 대규모 결항이나 운송마비 사태 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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