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원격의료 속도 내는데 한국은 '약 자판기'도 진통

입력 2016-12-13 18:50
'화상투약기' 국무회의 의결했지만 약사들 반대로 국회 통과 불투명


[ 이지현 / 베이징=김동윤 기자 ] 중국에서 인터넷 병원을 통한 원격의료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의료 서비스 개선을 위해 과감하게 규제를 푼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원격의료가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 막혀 28년째 시범서비스만 되풀이하고 있다. 약 자판기(화상판매기)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도 약사들의 반대로 국회 통과가 불확실하다.

13일 중국 제일재경일보에 따르면 중국 전역에는 약 40개의 인터넷 병원이 설립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30개가량이 올해 문을 열었다. 인터넷 병원은 인터넷상으로 환자와 병원을 연결해주는 가상병원이다. 환자는 병원에 직접 가지 않고도 인터넷 병원을 통해 오프라인 병원 의사들에게서 진료, 검사, 건강관리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인터넷 병원과 연계된 약국에서 온라인으로 약을 배송받을 수도 있다.


중국은 의료기관의 지역 불균형, 의료 인력 부족 등을 해결하기 위해 2009년부터 원격의료를 정책적으로 육성해왔다. 처음엔 동네의원 의사가 대형 대학병원 의사에게 진단 등을 의뢰하는 의료인 간 원격진료만 허용했다. 2014년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했고 지난해 7월 중국 저장성 닝보시에 첫 인터넷 병원인 닝보윈의원이 문을 열었다.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가 허용되면서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대표 인터넷 기업도 원격의료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미래동력실장은 “중국은 ‘원격의료를 장려한다’는 원칙 수준의 선언을 통해 관련 산업 활성화를 추진해왔다”고 말했다.

한국은 원격의료 관련 규제조차 풀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등이 1988년 원격의료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보건복지부가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18, 19, 20대 국회에 제출했지만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이 심해질 것이란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 막혀 번번이 무산됐다. 정부가 추진 중인 약 자판기 허용도 약사단체의 반대에 막혔다. 정부는 이날 약국에 일반의약품 판매용 약 자판기 설치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밤이나 주말에도 약국 앞에 설치된 자판기를 통해 약사와 상담한 뒤 약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약사단체는 국민 건강권이 훼손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베이징=김동윤 특파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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