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미국 금리인상이 '신호탄'
대출이자 1%P 오르면 144만명 '한계상황' 내몰려
저소득층, 이자 부담 커지고 소득은 줄고 '이중고'
[ 이태명 / 김유미 기자 ] 가계부채발(發) 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갚을 형편은 생각지 않고 저금리에 기대 흥청망청 대출받아 쓴 ‘빚잔치’의 후폭풍이다.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 인상 여부가 결정될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는 금리상승기 진입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줄을 잇고 있다.
2011년 말 9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5년 만에 1300조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대로 낮춘 지난 2년간 늘어난 빚만 211조원이다.
금리 상승의 충격파가 어떤 경로로, 어느 정도 강도로 닥칠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경기 침체에 금리 급등까지 겹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맞먹는 충격이 닥칠 것”(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이라는 우려와 함께 “국지적 충격은 있겠지만 엄청난 위기로 치닫지는 않을 것”(김용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상황이 나빠질 것이란 데는 모두가 동의한다.
한국경제신문이 개인신용평가 전문회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 의뢰해 분석한 금리 상승 충격은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6월 금융부채가 있는 1800여만명 가운데 빚 부담이 큰 고(高)위험 차입자는 약 133만3000명에 달했다. 이미 소득의 40% 이상을 빚 상환에 쓰는 차입자들이다.
KCB는 내년 경기 회복이 지연돼 시장금리가 1%포인트 오르고, 주택가격이 2.4% 하락하면 고위험 차입자가 144만4000명가량으로 늘어난다고 추정했다. 경기 침체가 더 심각해져 금리가 2%포인트 오르고 주택가격이 8.6% 하락하면 고위험 차입자가 170만명으로 급증한다고 내다봤다. 김정인 KCB 부사장은 “금리 상승의 충격은 다중채무자, 자영업자 등에 직격탄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문제의 본질은 양(量)이 아니라 질(質)에 있다. 경기 침체 흐름을 감안할 때 가계부채의 질이 더 악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당초보다 0.3%포인트 낮춘 2.4%로 제시했다. 성장이 안 되면 가계소득도 늘어나기 어렵다. 2015년 3분기 이후 실질 가계소득 증가율은 0%였다.
저소득층의 상황은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최저 소득계층인 소득 1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이자·연금 등 지출을 뺀 소득)은 월 114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 줄었다.
김정인 KCB연구소 부사장은 “저소득층은 벌어들이는 소득도 줄어드는데 금리 부담까지 커지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파르게 늘어난 부동산 대출도 문제다. 분양시장 과열과 맞물려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8.8%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상반기까지 12.9% 급증했다. 당장 내년엔 38만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2000년 이후 최대다. 중도금 및 잔금대출을 갚아야 할 부담을 진 가구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빚 상환 부담이 큰 계층에서 연체가 발생하는 등 곳곳에서 지뢰가 터질 수 있다”(김용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특별취재팀=이태명 금융부 차장(팀장), 김은정 금융부 기자, 김유미 경제부 기자, 윤아영 건설부동산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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