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감산 랠리' 17개월 만에 최고

입력 2016-12-13 18:16
수정 2016-12-14 05:38
유가 60달러 넘어설까…미국 셰일오일 증산이 변수

IEA "내년엔 공급부족"


[ 박종서 기자 ] 국제 유가가 17개월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지난달 30일 중동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에 이어 이달 10일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 등 비(非)OPEC 11개 산유국의 감산 동참 합의가 유가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내년 1월 인도분 가격은 2.6% 상승한 배럴당 52.83달러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치다. 이날 런던 ICE선물시장에서도 내년 2월 브렌트유 선물가격이 장중 한때 6.5% 올라 배럴당 57.89달러를 넘어섰다.

지난달만 해도 배럴당 40달러 중반에도 못 미치던 WTI 가격이 급반등한 주된 이유로는 감산 합의 효과가 꼽힌다. OPEC 회원국과 비OPEC 산유국은 내년부터 각각 하루 120만배럴, 55만8000배럴을 줄이기로 했다. 세계 원유 생산량(하루 9720만배럴)의 1.8%에 해당하는 규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산유국의 감산이 제대로 이행되면 내년 상반기에 공급 과잉이 공급 부족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석유업계는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대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놨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추가 감산까지 거론하며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다만 감산이 이행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산유국들이 약속을 제대로 지킬지 확실치 않은 데다 유가가 계속 오르면 미국 셰일오일 업계가 생산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감산 약속을 어기더라도 특별한 제재조치가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며 “8년 만의 감산 합의가 빛이 바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셰일오일 업계가 증산에 나서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이상으로 오를지 불확실하다고 내다봤다. FT는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사우디와 러시아는 유가 상승을 바라고 있어 감산 합의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유가의 추가 반등세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개점폐업 상태인 미국의 중소 셰일오일 업계가 얼마나 증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에너지정보업체 베이커휴스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셰일업체들은 지난해 7월 이후 석유시추시설을 가장 많이 늘렸다.

에마누엘 카치퀴 나이지리아 석유장관은 “배럴당 60달러가 이상적인 가격”이라며 “그 이상 오르면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미국 셰일오일 업계가 증산에 나설 전망이어서 유가가 다시 떨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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