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 라이프] 죽어라 일만 시키는 회사, 직원 이탈엔 이유가 있다

입력 2016-12-13 17:40
글로벌 경영서 - 와타미의 실패


[ 도쿄=서정환 기자 ] 일본 광고회사 덴쓰의 신입사원이 과로에 시달리다 자살한 사건이 지난달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았다. 일본에서는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젊은이에게 장시간 근로 등 불합리한 노동을 강요하는 회사를 ‘블랙기업’이라 부른다.

일본 이자카야(선술집) 체인인 ‘와타미(和民)’도 일본에서 이런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2008년 6월 와타미에 정규직으로 입사한 여직원이 과로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전해진 뒤부터다. 이 영향으로 와타미는 2013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에 상장 후 첫 순손실을 낸 데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소송에 들어간 지 7년이 지난 작년 말 와타미는 법적 책임을 인정했다.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1억3000만엔을 지급했다.

《와타미의 실패》는 성장에 걸맞은 인사제도의 선진화와 지배구조 개선이 기업에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인 닛타 료 일하는방식개혁종합연구소 대표는 와타미 현장을 직접 조사한 뒤 블랙기업이 되지 않는 방안을 제시했다.

와타미는 이념이나 비전 제시는 창업자인 와타나베 미키 참의원 의원에만 의존했고, 회사 인사제도는 중소기업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이직률이 높은 회사라면 ‘왜 그만두고 떠나는지’ ‘그 원인을 없애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해갈 것인지’ 등을 고민하고 방안을 강구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와타미는 블랙기업에 대한 사회적 비판에 대처하는 방법에서도 미숙한 모습을 드러냈다. 회사가 무엇 때문에 블랙기업이라는 지적을 받는지, 그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 방법과 내용 등을 사회에 적극 알려나갈 것을 이 책은 주문한다. 블랙기업의 이미지를 불식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모습을 적극 알려나갈 때 회사 밖에서도 우군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랙기업에서 탈피하려는 와타미의 경영 사례는 인사제도의 중요성과 위기 극복 방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