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에 파업 인원 수정안 제출…참여자 수 189명으로 줄어
파업 개시 일정은 기존 20일에서 22일로 연기
[ 안혜원 기자 ] 오는 20일로 예고됐던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의 1차 파업 일정이 이틀 뒤인 22일로 미뤄졌다. 파업 참여자 규모도 축소됐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전날 사측에 파업 일정과 인원을 수정한 안을 제출했다.
기존에 211명으로 통보했던 파업 참여자 수를 189명으로 축소했다. 파업 개시 일정은 22일로 연기했다. 항공업은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있어 파업에 들어가기 전 노조는 사측과 운항에 필요한 필수 인력을 사전에 조율해야 한다. 이를 통해 노조는 파업 개시 열흘 전에 사측에 파업 참가 인원을 통보해야 한다.
노조 집행부가 22명이 줄어든 파업 참여자 명단을 제출한 이유는 내부 반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파업 참여 인력 선발을 신청자 우선 선정 후 무작위 선발 방식으로 진행해왔다. 하지만 일부 노조원들이 무작위 선발 방식에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조 조합원은 "자발적인 신청 절차로는 충분한 인원이 모이지 않자 노조 집행부가 약 100여명 이상을 임의로 지정했다"며 "일부 조종사들이 동의 없이 파업 명단에 포함한 것을 항의하며 자신을 명단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조 집행부 측은 "이직 등을 이유로 퇴사한 인원 7명이 명단에 포함된 것을 확인해 명단을 수정했다"며 "일정 등을 이유로 파업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혀온 일부 인력은 다른 노조원으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내부 갈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업 동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라 파업 참가자들은 임금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고임금 근로자'로 꼽히는 조종사 파업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대한항공 노사는 지난 7일 서울 공항동 본사에서 임금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최종 결렬됐다. 이날 협상에서 노조 측은 임금 인상 요구 수준을 기존 37%에서 8%포인트 낮춰 29%로 제시했다. 하지만 사측은 1.9% 인상안을 유지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대한항공 노사는 지난해부터 임금협상에 대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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