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골 깊은 중소기업…내년 설비투자 13% 줄인다

입력 2016-12-12 18:21
"이자 갚기도 버거우니…" 중소기업, 2년째 설비투자↓

대기업은 수출 회복 기대…제조업 중심 4% 늘릴 듯


[ 김일규 기자 ]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기업 설비투자가 정체 상태에 빠질 것으로 조사됐다. 불확실한 경기 전망에다 경기 위축에 따른 수요 부진과 기존 설비 과잉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산업은행은 3550개 대기업 및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설비투자 실적을 조사한 결과 전년보다 0.8% 감소한 179조4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2일 발표했다. 내년 설비투자 계획은 179조7000억원으로 사실상 정체 상태다.

특히 중소기업의 내년 설비투자 계획은 25조1000억원으로 올해(28조9000억원)보다 13.2%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2년 연속 투자를 줄이는 것으로, 경영 악화에 따라 재무구조가 취약해진 중소기업이 늘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대기업의 내년 설비투자금액은 올해(150조5000억원)보다 소폭 늘어난 154조6000억원으로 전망됐다.

내년 국내 주요 산업의 전체적인 신용등급 방향성은 부정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날 금리, 환율, 유가 등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평균적으로 내년 국내 주요 산업의 신용등급 방향성은 부정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이 2년 연속 설비투자를 늘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한 경기 전망 때문이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어 투자를 늘리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도 투자 확대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다. 기존 설비로 충분하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중소기업은 특히 영업이익으로 금융회사 대출 이자를 갚는 것도 버겁다. 설비 투자를 하고 싶어도 못 한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자보상배율(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이 1 미만인 중소기업 비중은 2015년 말 기준 전체의 36.2%에 달한다. 중소기업 10곳 중 3곳 이상은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크다는 얘기다.

대기업은 수출 부진이 내년에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돼 제조업 중심으로 투자 확대가 예상된다고 산업은행은 분석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의 내년 설비투자는 90조7000억원으로 올해보다 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 세계 경제가 국내보다는 나을 것으로 전망돼 수출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설비투자는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제조업 중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은 설비투자 확대가 전망된다. 그러나 자동차, 철강 등은 수요 부진과 설비 과잉 등으로 투자 규모가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비제조업의 내년 설비투자 규모는 89조원으로 올해보다 3.5% 감소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기업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부담,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악화된 소비심리가 내수 기업의 투자 위축을 심화할 우려가 크다. 부동산·건설은 택지공급 및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기·가스, 통신서비스는 기존 설비 포화 등에 따라 투자를 축소할 것으로 산업은행은 내다봤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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