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선희 기자 ]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시대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에 이어 비회원국도 15년만에 석유 감산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이 신흥국의 경기 회복 및 금융시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 비OPEC 감산 결정에 유가 5%↑…"내년 배럴당 65~70달러 전망"
12일 글로벌 원자재시장에서 유가는 5% 가까이 뛰어올라 거래중이다. 오후 1시39분 현재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4.76% 오른 배럴당 53.9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브렌트유는 4.23% 상승한 배럴당 56.63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급등한 배경은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이 2001년 이후 15년만에 처음으로 감산에 공동 합의해서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러시아, 멕시코 등 OPEC 비회원국들은 하루 평균 산유량을 55만8000배럴 줄이기로 결정했다. OPEC 회원국이 지난달 30일 하루 최대 원유 생산량을 120만배럴 줄이기로 합의하고, 비회원국들도 감산에 동참할 것을 설득한 결과다.
내년 1월1일부터 6개월간 글로벌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약 175만8000배럴 감소된다. 다만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가 제대로 지켜질 지에 대해선 우려가 나온다. 앞서 산유국 간 생산량을 속이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감산에 최종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강유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산유국들의 감산 의지가 생각보다 강한 모습"이라며 "합의가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저유가에 따른 재정악화, 경제성장 둔화 등으로 산유국들이 치열한 경쟁을 이어갈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내년부터 원유 생산량이 줄어들면 공급·수요 간 균형이 맞춰질 것"이라며 "유가는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내년말 WTI는 배럴당 65달러, 브렌트유는 배럴당 7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 유가 상승, 신흥국 증시에 긍정적…'정유·화학주' 주목
유가 상승은 신흥국 경기와 금융시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은 신흥국 자산에 대한 위험도를 낮춰 신흥국으로의 자본이동을 촉진할 것"이라며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신흥국 주가는 4% 더 오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다만 국내 증시가 외국인 추가 매수세를 유인하려면 달러 약세(원화 강세)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달러가 약세로 전환되기 어렵다면 증시는 제한적 등락을 보일 수 있다"고 봤다.
신주용 삼성증권 연구원은 원유에 대한 간접 투자에 나설 것을 조언했다. 그는 "내년 유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지만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원유 직접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단 간접 투자에 나서는 편이 낫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가가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면 원유를 중심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 에너지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 상승에 가장 큰 수혜를 입는 업종인 정유·화학주도 주목 대상이다.
이지연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반등으로 정제마진 하락, 화학제품 가격 상승이 기대된다"며 "타이트한 수급이 지속될 화학업종 중에선 롯데케미칼이 최선호주"라고 강조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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