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촛불집회 축제로 만든 주인공은 '가요계 노장들'

입력 2016-12-12 11:14
무대 오른 가수들 '대통령 하야·탄핵' 외치며 촛불민심 응원



"어제 시민 혁명의 첫발을 내디뎠다. 여러분 모두가 이뤄낸 기적 같은 일이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영웅은 이 자리에서 촛불을 들고 계신 여러분이다." (가수 이은미)

7차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10일 광화문 광장은 그야말로 축제의 현장이었다. '관록파 여가수' 이은미와 권진원이 광장에 마련된 무대에 올라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기쁨을 시민들과 함께 나누며 분위기를 북돋았다.

이날 저녁 이은미는 '가슴이 뛴다', '비밀은 없어', '애인 있어요'를 불렀고 "국민의 명령이다. 지금 당장 내려와라"라는 힘찬 구호를 외치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1985년 강변가요제로 데뷔한 권진원은 '애국가'를 집회 참가자들과 떼창으로 불러 시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7차 촛불집회를 알린 또 다른 가수는 DJ DOC. 1994년 팀을 결성한 이래 '가요계 악동'이란 별명이 붙은 이들은 오후 4시께 서울광장에서 시국을 비판하는 가사를 담은 신곡 '수취인분명'을 불렀다. 이 곡은 '세월호 7시간 의혹'과 '문고리 3인방' 등을 언급하며 현 정권을 비판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노래다.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면서 11월 말 시작된 촛불집회는 매 주말마다 공연은 계속되고 있다. 크라잉넛 이승환 전인권 안치환 양희은 한영애 등 데뷔한지 20~30년이 훌쩍 넘은, 많게는 40년이 넘은 가수들의 노래는 집회를 결집시킨 매개체 역할을 했다.

평소 사회 문제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던 이승환은 3차 촛불집회를 자신의 콘서트 무대로 바꿔놨다. 그는 30여 분간 에너지 넘치는 노래를 선사해 광화문 광장의 흥을 북돋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5차 촛불집회에 나온 안치환은 대표곡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하야가 꽃보다 아름다워"라고 개사했고, 양희은은 1970년대 저항 가요의 대표작인 '아침이슬'과 '상록수' 등을 노래해 광화문의 100만 촛불을 밝혔다.

한 40대 집회 참가자는 "가수들이 시민과 같이 부른 노래는 따뜻한 감동을 줬고, 때론 록 콘서트 만큼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