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700%…판타지 버린 에뛰드, 실적 주름 폈다

입력 2016-12-11 19:37
CEO 교체·매장 구조조정·브랜드 혁신


[ 이수빈 기자 ]
작년 아모레퍼시픽그룹 직원들은 성과급 500%를 받았다. 같은 아모레 계열의 이니스프리는 실적 개선에 대한 보상으로 직원들에게 아이패드를 한 대씩 지급했다. 에뛰드는 아무것도 없었다. 실적이 고꾸라졌기 때문이다.

1년 후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에뛰드는 성과급 700%를 전 직원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작년 동기보다 늘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313억원으로 작년(24억원)보다 1200%가량 뛰었다. 작년 1.2%였던 영업이익률은 올해 13%로 높아졌다.

◆1년 만에 달라진 에뛰드

에뛰드가 아모레퍼시픽그룹 내 골칫덩이가 된 건 2014년부터였다. 아모레퍼시픽이 매출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지만 에뛰드 실적은 뒷걸음질쳤다. 같은 해 2분기에는 12억원의 적자를 내기도 했다. 지나친 ‘공주 마케팅’에 소비자들이 피로감을 느꼈다. 당시 에뛰드는 제품 대부분을 분홍색 바탕에 리본과 하트 등으로 장식했다. 제품 이름에도 ‘프린세스’ 등 공주 관련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브랜드 콘셉트도 ‘프린세스 판타지’였다. 방문객이 매장에 들어서면 직원들은 “어서오세요, 공주님”이라고 인사했다. 소비자 사이에서는 “에뛰드 제품은 가지고 다니기 창피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공주병에 걸린 사람처럼 보일 것 같다는 이유였다.

◆몸집 줄이고 체질개선

아모레퍼시픽은 작년 1월 에뛰드에 구원투수를 투입했다. 권금주 에뛰드 대표다. 그는 이니스프리 마케팅 부문장을 거쳐 마몽드 부문장, 라네즈 부문장으로 일하며 브랜드를 키웠다. 권 대표는 이지연 에스쁘아 대표와 함께 당시 여성 임원으로 승진해 화제가 됐다.

권 대표는 내실부터 다졌다. 작년 한 해 에뛰드는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삼았다. 매장 수를 늘리고 세일을 자주 해 매출을 늘리는 로드숍업계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그동안 에뛰드도 매월 7일을 ‘프린세스 데이’로 정하고 할인행사를 열었다.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악화됐다.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뤘다가 할인행사 때만 제품을 샀기 때문이다.

에뛰드는 할인행사부터 축소했다. 또 핵심 매장을 남겨두고 수익이 나지 않는 매장을 정리했다. 한 해 동안 국내 에뛰드하우스 매장 130곳이 줄었다. 구조조정을 한 첫해의 결과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실적은 바닥 수준이었다.

◆공주님 마케팅 버려

구조조정을 통해 바닥을 다진 권 대표는 올해부터 브랜드 혁신에 나섰다. 에뛰드는 올해 초 브랜드 슬로건을 ‘라이프 이즈 스위트’로 바꿨다. 여성들의 생활 파트너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광고의 틀도 바꿨다. 비현실적인 아이돌 모델이 속눈썹을 깜빡이던 에뛰드하우스 광고에 개그우먼 김숙, 배우 마동석 등이 등장했다.

공주풍 제품 디자인도 간결하게 바꿨다. “디자인이 너무 유치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디어 마이 블루밍 림스톡’은 용기 디자인을 깔끔하게 리뉴얼하고 색상 가짓수를 늘렸다. 그 결과 히트상품도 여럿 나왔다. 베리딜리셔스 컬렉션, 애니쿠션, 플레이101 스틱 등 제품이 인기를 끌며 매장에서 품절됐다. 눈썹에 바르는 마스카라인 ‘청순 거짓 브라우 젤 틴트’는 생산하는 족족 다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가 높다.

에뛰드는 내년부터는 해외 시장 확대에 더 신경 쓸 계획이다. 매출의 50% 이상을 해외에서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해외 확장에 주력하는 글로벌 부서를 신설했다. 에뛰드 관계자는 “현재 230개인 해외 매장 수를 2020년까지 50% 이상 늘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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