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7주째 광화문 평화시위
환호와 축제의 모습, 시민들 '대통령 퇴진' 외치며 행진
[ 김정훈 기자 ]영하권의 칼바람 속에 촛불 민심은 전국적으로 이어졌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촛불 열기가 식지 않았다. 10일 밤 서울 광화문 집회는 7주째 계속됐다.
일곱 번째 대규모 촛불집회는 차분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열렸다. 지난 9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광화문 광장으로 몰려든 촛불의 규모는 작아졌다. 주최 측이 추산한 서울 집회 참가자는 80여만 명, 전국적으로는 104만 명. 지난 주 230만 명에 비해 참가자는 크게 줄었다.
◆ 탄핵은 끝이 아닌 '시작'…촛불 꺼지지 않는다
10일 오후 4시께 서울 광화문 광장을 찾자 "국회도 탄핵했다. (박근혜 대통령) 지금 당장 내려와라" "광장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 등의 구호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헌법재판소의 심판 절차가 남았지만 그 전에 대통령이 즉각 물러나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가 느껴졌다. '즉각 퇴진'이라는 구호가 눈에 띄게 많아진 것도 이전의 촛불 집회와의 차이점이었다.
저녁 6시40분께 1차 촛불집회 때부터 7차 집회 전까지 지나온 과정이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영상으로 소개됐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탄핵안이 가결됐음을 선포하는 장면이 나오자 시민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시민들은 대통령이 내려올 때까지 촛불을 들겠다는 각오로 집회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탄핵 가결의 기쁨을 만끽하면서도 "탄핵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긴장을 늦추진 않았다.
싱가포르에서 온 유학생들은 집회에 참가해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20대의 여학생은 "우리의 촛불이 여기서 꺼지면 안된다. 부정부패의 역사를 청산해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대통령의 즉각 퇴진"이라고 말했다.
우지수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탄핵은 촛불의 승리이지만, 헌재의 판정이 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겠다"며 "박 대통령이 내려올 때까지 광화문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 시민들의 정치 참여 의식 높아졌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 추운 날씨였음에도 많은 인파가 거리로 나와 광화문 일대를 촛불로 가득 채웠다. 주최 측인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7차 촛불집회에 광화문 60만 명을 비롯해 전국에 100만 인파가 모였다고 추산했다.
저녁 7시께에는 매주 계속하고 있는 소등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광화문 일대는 1분간 정적과 함께 캄캄해졌고 시민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소등 행사에 동참했다.
지난 주말과 마찬가지로 자하문로, 효자로, 삼청로 등 세 방향에서 포위하는 형태로 청와대 100m 앞까지 행진도 이어졌다. 청와대 앞에서는 일제히 폭죽을 터뜨리면서 탄핵 가결을 환영하는 뜻을 보이기도 했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촛불 민심이 만든 승리였다. 세월호 유가족인 유경근 씨는 "어제 40여 명의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국회에 가서 탄핵 과정을 지켜볼 수 있게 해준 국민께 감사드린다"며 "결국 탄핵을 이룬 것은 촛불 민심"이라고 강조했다.
광화문에 모인 국민들은 대통령 탄핵 결정이 날 때까지 촛불시위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올해 칠순이 됐다는 이영동 씨는 "지금까지 총 여섯차례 집회에 참가했다. 나도 한 몸 보태서 같이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오늘도 나왔는데 조만간 대통령이 내려와야지"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정의당 당직자라고 밝힌 맹명숙 씨(47)는 "시민들의 정치 참여 의식이 시대 환경이 바뀌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예전보다 많이 높아진 것 같다"며 "역사의 한 페이지에 참여했다는 경험이 시민들에게 자부심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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