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산 오를 땐 옷 여러 벌 껴입고…스키장선 고글 써야 눈 안 다쳐요

입력 2016-12-09 18:39
수정 2016-12-10 05:26
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겨울 레포츠, 이것만은 알아두자

등산 중 음주는 저체온증 불러
스키장서 넘어지면 참지 말고 진료받아 골절부상 정도 확인을

장거리 보행 때 양말 갈아 신고 동창 의심되면 손대지 말아야


[ 이지현 기자 ] 겨울을 맞아 스키장을 찾거나 설산으로 등산을 가는 사람이 많다. 겨울 레포츠 인기가 높아지면서 다양한 안전장비 등이 발달하기는 했지만 한순간의 방심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겨울철에 실외 스포츠 활동을 하면 추위로 근육과 인대가 움츠러들고 혈액 순환이 잘되지 않아 근육과 관절 부상 위험이 높다. 스키, 등산 등 겨울철에 주로 하는 야외 운동은 오랜 시간 무리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눈이나 얼음이 언 길에서 미끄러져 다치는 일도 많다. 이로 인해 골절이 생기기도 한다. 낮은 기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저체온증, 동상 등이 생길 위험도 크다. 겨울철 스포츠 활동을 하면서 생기기 쉬운 각종 질환과 예방법, 응급처치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겨울 산 오를 땐 저체온증 주의

저체온증은 중심 체온이 35도 이하로 내려가는 것을 말한다. 저체온증이 생기면 몸의 세포와 장기 기능에 장애가 생긴다. 체온이 33~35도 안팎인 가벼운 저체온증이 생기면 몸을 덜덜 떨며 피부가 수축돼 닭살이 생긴다. 혈관이 수축해 피부가 창백해지고 입술이 청색을 띤다. 자꾸 잠을 자려고 하고 발음이 부정확해지기도 한다. 중심을 잘못 잡고 쓰러지거나 외부 자극에도 반응이 없는 상태를 보인다. 이보다 증상이 심해 체온이 29~32도로 내려가면 혼수상태에 빠지고 심장 박동과 호흡이 느려진다. 근육 떨림이 멈추고 뻣뻣해지며 동공이 확장되기도 한다. 체온이 28도 이하가 되면 심정지가 일어나거나 혈압이 떨어지며 의식을 잃고 사망할 수 있다.

겨울 산행을 할 때 이 같은 저체온증이 생길 위험이 크다. 산의 기온은 100m 오를 때마다 1도씩 낮아진다. 겨울 산을 오를 때는 방한·방수 기능이 있는 옷으로 보온에 신경 써야 한다. 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얇은 옷을 여러 겹으로 입어 체온을 유지하고 체온이 올라갔을 때 얇은 겹의 옷을 벗어 체온 조절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산에 오르기 전에는 응급구조 방법, 일기예보를 숙지하고 일몰 전 하산해야 한다.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밝은 계열이나 빛 반사가 잘되는 옷을 입어 눈에 쉽게 띄도록 해야 한다. 산에서 추위를 이기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다. 이는 좋지 않은 방법이다. 알코올을 섭취하면 순간적으로 체온이 올라가지만 시간이 지나면 땀이 나면서 체온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동창, 저체온증 등이 생길 수 있다.


스키, 자전거 탈 땐 안전장비 착용해야

스키장은 다양한 골절 부상이 잦은 곳이다. 골절뿐 아니라 열상, 뇌진탕 등도 잘 생긴다. 속도가 빠른 스포츠이기 때문에 스키를 타다가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중증외상 환자도 종종 발생한다. 이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본인에게 맞는 슬로프를 선택해야 한다. 넘어지거나 부딪힌 뒤 심한 통증이 느껴지면 방치하지 말고 바로 진료를 받아야 한다.

겨울철 스키장을 다녀온 뒤 자외선으로 인한 각막염 등이 생기는 환자도 많다. 하얀 눈 위에 햇빛이 내리쬐면 자외선이 반사돼 각막에 자극을 준다. 겨울철 대표적 각막질환인 설맹증이 생기는 원인이 된다.

김정섭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원장은 “야외 스포츠를 즐길 때는 반드시 자외선 차단 지수가 100%에 가까운 고글이나 선글라스를 착용해야 한다”며 “충혈과 따끔거림, 눈의 피로감 등의 증상을 보이면 설맹증 초기일 가능성이 있으니 안과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긴 시간 자외선을 쬐면 백내장, 황반변성 등도 생길 수 있다.

김 원장은 “각막염에 걸려 눈이 시큰거리거나 충혈되고 눈부심, 시력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때 의사 처방 없이 함부로 안약을 눈에 넣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며 “전문의를 찾아 각막 손상 여부를 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겨울철 조깅이나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사람도 많다. 자칫 빙판길에 미끄러지면 타박상, 골절, 뇌출혈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조깅을 할 때는 마찰력이 좋은 운동화를 신고 자전거를 탈 때는 헬멧 등 보호장비를 꼭 착용해야 한다. 운동 중에는 소량의 물을 자주 섭취하고 카페인이 든 커피나 녹차 같은 음료는 마시지 말아야 한다. 탈수가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야외 활동을 하다가 사고가 생겨 신체 부위를 누를 때 통증이 심하거나 골절이 의심되면 119에 연락해 응급치료를 받아야 한다. 119를 기다리는 동안 손상 부위는 최대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다.

동창 의심되면 문지르지 말아야

추운 날씨에 피부가 노출되면 동창이나 동상이 생기는 일도 많다. 동창은 추위에 의한 손상 중 비교적 가벼운 질환이다. 초겨울 어린이와 여성에게 많이 생기며 손가락, 발가락, 코, 귀, 다리 등이 가렵거나 아프고 화끈거리는 증상을 보인다. 심하면 물집이나 궤양도 생긴다. 대개 2~3주 안에 자연적으로 없어지지만 겨울이 되면 만성적으로 재발하는 환자도 있다.

동상은 이보다 심한 질환이다. 심한 추위에 노출되면서 조직이 얼어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생긴다. 귀, 코, 볼, 손가락, 발가락에 흔히 나타난다. 1도 동상처럼 심하지 않으면 피부가 붉어지는 등의 증상을 보이지만 수시간 내 정상으로 회복된다. 3~4도 동상처럼 심하면 조직 손상과 물집, 피부 괴사가 생기고 피부이식수술이 필요한 환자도 있다. 조직 손상이 발생하지 않은 부위에도 혈관이나 신경 이상으로 감각 이상, 다한증, 과민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동훈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추위에 의한 손상은 노출되는 기온, 시간뿐 아니라 바람의 세기와 관련된 체감온도, 고도 등도 영향을 준다”며 “높은 고도에서는 저산소증 때문에 더 심한 손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이나 발에 꽉 끼는 장갑이나 구두를 착용하면 국소 혈액순환장애가 나타나 동상이 쉽게 생길 수 있다. 젖은 장갑, 스타킹, 양말 등도 동상 위험을 높인다. 체온 유지 기능이 떨어지는 어린이, 노약자, 만성질환자는 추위에 의한 손상에 더 주의해야 한다. 응급실에서 진료받은 한랭질환자의 33%는 65세 이상 고령자다.

동창 등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몸을 서둘러 따뜻하게 해 줘야 한다. 찬 기온에 그대로 방치하면 동상으로 진행될 수 있다. 동창 예방을 위해 장시간 야외 활동을 할 때는 귀마개, 마스크, 장갑 등의 방한용품을 착용해야 한다. 밑단으로 갈수록 통이 좁아지는 바지, 벙어리 장갑 등이 보온효과가 높다. 발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덧신이나 안쪽에 기모가 있는 부츠, 방한화 등을 착용하는 것도 도움된다.

등산 등 장거리 보행할 때 양말 등이 땀에 젖으면 갈아 신어야 한다. 동창 의심 부위를 손으로 문지르거나 주무르면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물집이 생겼다면 터뜨리거나 건드리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적절한 처치를 받아야 한다. 동창 의심 부위에 열이 직접 닿으면 조직 손상이 생길 수 있다. 조영덕 고려대구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매년 겨울 동창 의심 증상이 생긴다면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겨울철 한순간의 실수로 평생 후유증을 안고 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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