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해운동맹 가입 불발…한국 해운 '외톨이'되나

입력 2016-12-09 18:03
한진해운 법정관리 100일 쓰러지는 해운강국
(2) 멀어지는 글로벌 선사의 꿈

한진해운 사태 뒤 한국선사 회원받기 꺼려
정식 동맹 없이 글로벌 경쟁력 키우기엔 '한계'
외국은 M&A로 덩치 키워…한국 '동네선사' 전락


[ 정지은 기자 ]
현대상선이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의 정식 회원으로 가입하는 데 실패했다. 완전한 동맹 대신 5년 안팎의 선복 교환 등 낮은 수준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사실상 ‘반쪽짜리 가입’에 그친 것이다. 국내 해운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해운동맹에 제대로 가입하지 못한 채로는 글로벌 선사로 성장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외국선사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워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의 2M 정식 회원 가입은 무산됐다. 2M은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덴마크)와 2위 MSC(스위스)가 소속된 세계 최대 규모의 해운동맹이다. 세계 해상화물의 3분의 1을 수송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지난 6월부터 2M 가입 협상을 벌였지만 6개월 만에 결렬됐다. 대신 2M 측은 현대상선과 제한적 협력 수준에서 5년 이내 파트너십을 맺기로 했다. 이르면 12일, 늦어도 13일 협약을 맺는다. 여기에는 1년 주기로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이 올라가면 2M 정식 가입을 재논의한다는 조건이 달릴 것으로 전해졌다.

2M 가입 불발은 현대상선에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세계 해운업계는 2M, 오션얼라이언스, 디얼라이언스 등 3개 해운동맹이 주도하고 있다. 해운동맹은 동맹사끼리 선박, 영업네트워크, 내륙수송 물류망 등을 공유한다. 일종의 카르텔로 비용을 줄이고 영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다. 동맹에 끼지 못하면 안정적인 수입 확보에 한계가 있다.

현대상선 측은 “사실상 정식 가입에 준하는 조건으로 협력하는 것이어서 불발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르다. 불확실한 협력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많다.

올해 초부터 “2M 가입은 확실하다”고 한 현대상선의 주장은 공수표가 됐다. 2M 가입은 현대상선이 산업은행으로부터 구조조정 자금을 지원받은 조건 중 하나였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피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끝내 실패하면서 장기 발전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당초 2M은 현대상선을 합류시켜 미주노선 점유율을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진해운 법정관리 후 미주노선 화주들이 2M에 일감을 맡기면서 영입할 필요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 외신에선 “2M 화주들은 한진해운이 몰락한 뒤 한국 선사를 회원으로 받는 것을 꺼렸다”고 보도했다.

더구나 머스크는 동맹 추가보다 M&A를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밀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2일 세계 7위 선사인 함부르크수드(독일)를 인수했다. 이 인수로 머스크의 시장 점유율은 15.5%에서 18.4%로 높아진다. 현대상선(2.2%)과의 격차는 더욱 커진다. 다른 외국선사도 M&A에 적극적이다. 올초 중국 양대 해운사인 코스코와 차이나시핑이 합병했고 세계 3위인 프랑스 CMA-CGM은 싱가포르 APL을 인수했다.

일각에선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이 현대상선으로 이전되지 않고 뿔뿔이 흩어지는 것을 보며 ‘한국은 해운업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판단한 게 2M 가입 불발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기환 한국해양대 해운경영학부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정식 동맹 없이 경쟁력을 키운다는 것은 쉽지 않다”며 “외국 선사들은 계속 발전하는데 국내 해운업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공백이 계속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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