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탄핵은 헌재에 맡기고 '경제 살리기' 매진해야

입력 2016-12-09 17:36
"헌재 심판으로 넘어간 탄핵정국
이젠 정치보다 경제가 더 시급
경제 살리는 게 국민신뢰 얻는 길"

전삼현 < 숭실대 법학과 교수 shchun@ssu.ac.kr >


지난 6주간 대한민국을 가마솥에 물 끓이듯이 무섭게 달궜던 촛불이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탄핵소추가 가결된 것을 보니 국회의원 대다수가 박 대통령의 헌법 또는 법률 위배 혐의를 인정한 듯하다. 다만, 헌법재판소가 법리적으로 이를 인정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우선, 특검 결과가 나와야 하며, 설령 위배했다 할지라도 그 정도가 대통령직을 물러나야 할 만큼 중대한 것인지를 헌법재판관들이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야 3당은 탄핵소추 이전부터 헌재의 탄핵 결정이 날 때까지 촛불시위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아무래도 지난 8월 헌재가 ‘김영란법’의 위헌여부를 결정하면서 여론조사 결과를 판단기준으로 삼았던 점을 감안한 듯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치와 경제는 분리돼야 한다는 점이다. 도처에서 발표되는 경제지표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해 보인다. 실업률이 2001년 이후 가장 높을 것이라는 노동연구원의 전망, 경제성장률이 2.6%로 하락할 것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 투자와 소비가 급감하고 있다는 통계청의 발표 등이 그것이다.

이와 관련해 제3자적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대한민국 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한 OECD의 ‘세계경제전망보고서’를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에 따르면 내년 경제성장률을 지난 6월 대비 0.4%포인트 낮춰 예측한 이유로 글로벌 무역시장 위축, 삼성 갤럭시노트7 생산중단, 정치적 불확실성 급증, 구조조정 지연, 김영란법 시행 등을 들었다. 즉 기업경영 악화, 정치적 혼란, 소비 감소 등을 대한민국 경제의 악재로 진단한 것이다.

물론 성장률이 2.6%가 돼도 우리 경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정치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외환위기가 이어지던 1999년과 성장률이 같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어처구니없는 생각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어찌 보면 대한민국은 지금 탄핵사태보다 더 급한 경제난이라는 사태를 겪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지난 7일 국회 청문회에서 여론재판하듯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기업 총수들을 불러놓고 “예, 아니요”로 답변할 것을 강요하고, 경영판단사항을 거수해서 결정하도록 원로 총수들을 압박하는 일이 있었다. 즉, 정치권 문제를 기업인들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일이 미국에서 발생했다. 지난 6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말에 따르면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이 미국 내 스타트업들에 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이는 약 58조원에 이르는 규모로 내년 서울시 예산(29조6000억원)과 경기도 예산(19조5000억원)을 합친 금액보다 많은 것이며, 신규 일자리를 약 5만개 창출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한다.

투자 이유에 대해 손 사장은 “트럼프 당선자의 적극적인 규제완화 공약에 미국에서 사업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란 말로 대신했다. 즉, 미국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것 같아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불가피하게 당분간 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됐다. 우리 경제 현실을 감안해 보건대, 정치권은 물론이고 행정부 역시 더 이상 탄핵정국에 올인하기보다는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다하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길이다.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OECD가 든 대한민국 경제에 대한 처방을 깊이 있게 검토해 보고 답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그 답은 촛불정국을 중단하고 투자와 소비를 억제하는 각종 법률을 폐지 또는 개정하는 일에 총력을 다하는 것이다.

전삼현 < 숭실대 법학과 교수 shchun@ss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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