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정국은
'신중 모드'로 돌아선 야 3당'
'황교안 총리 사퇴 요구' 거둬들여
민주 "촛불 민심 읽는지 지켜볼 것"
국민의당 "국민여론 등 감안"
'대통령 즉각 퇴진'서 한발 후퇴
김동철 "경제·안보위기 극복 최선"
'민생 챙기기' 임시국회 열기로
[ 임현우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해 온 야권은 9일 탄핵안이 통과된 뒤 ‘신중 모드’로 돌아섰다. 야3당은 “국정 공백 최소화와 경제 살리기가 우선”이라며 한 달간의 임시국회를 소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거론한 ‘탄핵 가결 시 즉각 퇴진’ 요구도 일단 거둬들였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탄핵안 가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4·19 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 6월 항쟁에 이어 시대의 전진을 알리는 12·9 촛불혁명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 대표는 “탄핵 가결은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며 “무엇보다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추 대표는 “국정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국회·정부 정책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그동안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에 대해 불신을 드러내 온 민주당은 이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추 대표는 “탄핵안 가결로 총리와 내각도 사실상 정치적 불신임 상태가 됐다”면서도 “우선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추 대표는 “황 총리 대행 체제가 독주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촛불민심을 제대로 읽는지 일단 지켜보겠다”며 “혼란을 최소화하고 국정을 신속히 안정화할 최상의 방안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추 대표는 대통령 퇴진 요구에 대해서도 “국민과 국회의원의 78%가 탄핵을 찬성한 뜻이 대통령께 충분히 전달됐으리라 생각한다”고 한 발 물러섰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당에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주장하진 않겠다”며 “당 안팎에서 그런 흐름이 있지만 일단 권한대행 체제의 과정을 보겠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표를 중심으로 제기된 이 주장이 ‘초헌법적 발상’이라고 비판받은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탄핵은 위대한 국민의 승리이자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시작”이라며 “탄핵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경제·안보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 역시 황 총리에 대해 “박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이고 권한대행으로 부적합해 자진 사퇴했으면 좋겠다”면서도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국민 여론 등을 좀 더 감안해 결정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다만 박 대통령 거취는 기존보다 강경한 ‘즉각 퇴진’을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결정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지만 촛불 민심은 즉각 퇴진을 요구한다”며 “헌법 질서 내의 해법은 대통령의 자발적 퇴진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오는 12일부터 30일 동안 임시국회를 열기 위한 소집 요구서를 이날 국회에 제출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