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 외교부 찾은 야당 의원들, 사드 반대 강의 들으러 갔나

입력 2016-12-08 17:37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불만으로 한국과 한국 기업을 상대로 동시 다발적인 때리기에 나서고 있는 중국이 우리 측 공식 외교라인은 무시한 채 야당의원들과 적극적으로 접촉 중이라고 한다. 류전민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지난 5일 이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끄는 국회 대표단을 만나 한·중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표단은 강훈식 김영호 정춘숙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만으로 구성됐다. 앞서 중국 측 6자회담 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의 심재권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베이징에서 만났다.

김장수 주중 한국 대사의 면담 요청에는 한 달째 묵묵부답인 중국이다. 김 대사는 중국의 한국 여행 제한과 한류 제한 조치와 관련, 중국 당국자에게 면담을 요구했지만 지금까지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중국이 야당 의원들과는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측은 이번 만남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김 대사를 제치고 야당 의원들을 만난 것은 이들 역시 사드에 부정적인 데다 대통령 탄핵 후까지 대비한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같은 중국의 행태는 커다란 외교적 결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롯데 세무조사, 전기차 배터리 인증 지연, 한국산 제품에 대한 온갖 수입규제와 한류 및 여행 제한 등 최근 중국은 전방위적 한국 압박에 나서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한 주중 대사의 공식 면담 요청은 무시한 채 사드 반대 주장을 들어줄 만한 한국 정치인만 골라 만나는 것은 성숙한 외교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야당의원들은 더 문제다. 평상시라면 의원외교 차원에서 이런 만남도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 양국 관계는 사드 문제로 극단적 긴장상태다. 게다가 지금은 일종의 비상시국이다. 이런 미묘하고 중차대한 시기에 중국 외교부 관계자를 만난 것은 신중한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 스스로 국격을 떨어뜨린 것은 물론 국론 분열을 획책하려는 중국에 이용만 당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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