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72일 만에 종료…열차운행 정상화

입력 2016-12-07 16:16
성과연봉제 반대를 내세우며 지난 9월 27일 시작된 철도파업이 72일째인 7일 코레일과 철도노조의 전격적인 열차운행 정상화 합의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파업 철회 여부는 철도노조가 조합원들의 인준 절차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지만 노사가 집중교섭을 통해 열차운행 정상화 합의안을 도출한 만큼 장기 파업사태는 이미 종료된 것으로 관측된다.

양대 노총 공공운수노조 공동대책위원회가 주도해 서울과 부산지하철 노조와 철도노조의 공동파업으로 시작된 이번 파업은 KTX가 정상운행하고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등 일반열차와 화물열차 운행만 줄어든 데다, 최순실 게이트로 혼란한 정국 탓에 시민들의 체감도가 높지 않은 '잊혀진 파업'으로 장기간 이어졌다.

파업 과정에서 인명피해를 수반한 대형사고는 다행히 없었지만 크고 작은 고장과 사고가 잇따르며 승객을 불안하게 했다.

철도노조는 지난 9월 27일 "코레일이 지난 5월 이사회를 열어 철도노조와 제대로 된 단체교섭 없이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 임금체계를 변경했다"며 "코레일이 성과연봉제와 관련한 보충교섭에 성실히 응하지 않아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파업의 쟁점인 성과연봉제를 두고 코레일과 철도노조는 팽팽히 맞섰다.

홍순만 코레일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코레일은 성과연봉제를 직원들의 근로조건에 불이익이 없도록 설계했으며 노사 간 협의와 이사회 의결이라는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도입을 마쳤다"며 "성과연봉제 확대를 위한 합법적인 취업규칙 변경에 문제가 있다면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제시안과 노동부의 유권해석에 적시된 것처럼 사법적 판단에 따라 효력을 다투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철도노조는 "공기업인 코레일의 특성상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현장에 성과주의가 극성을 부려 안전보다 이윤, 협업보다 실적 위주의 이기적 노동형태가 늘어나 국민적 피해가 예상된다"며 "철도안전을 망치며 국민과 철도현장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성과연봉제의 일방적인 도입을 저지하기 위해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양대 노총 공공운수노조 공동대책위원회가 주도해 서울과 부산지하철 노조와 철도노조의 공동파업으로 시작된 이번 파업은 서울 지하철노조가 파업 3일 만에, 부산 지하철노조는 4일 만에 파업 전선에서 이탈하면서 철도노조만의 '나 홀로 장기파업'으로 진행됐다.

지난 10월 10일부터는 화물연대가 정부의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에 반대하며 화물운송 거부에 돌입했지만, 열흘 만에 파업을 철회했고, 부산 지하철노조도 10월 21일 재파업에 나섰다가 역시 4일 만에 철회하면서 철도노조만의 '고독한 싸움'이 두 달을 넘겨 이어졌다.

철도노조 내부적으로는 철도 민영화와 수서고속철도 운영사 설립 반대를 내세우며 2013년 12월 9일부터 31일까지 23일간 최장기 파업기록을 갈아치웠다.

철도노조는 파업 직후 국회 등 정치권의 중재를 촉구하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면담해 국회에 사회적 대타협 기구 구성 제의를 끌어냈다.

10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국민의당 최경환 의원이 "노조는 파업을 중단하고 성과연봉제는 노조와 코레일, 국토위, 국토교통부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 기구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불법파업에 원칙대로 대응하고 안전을 확보하면서 비상수송 대책을 수행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라며 거부했다.

코레일은 10월 20일 자정까지 업무에 복귀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복귀한 직원은 412명에 불과했고, 7천300여 명의 대다수 노조원은 파업을 이어갔다.

홍순만 코레일 사장은 10월 21일 기자회견에서 직원들이 복귀하지 않더라도 6개월 이내에 화물열차 일부를 제외한 모든 열차를 정상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장기전' 돌입을 선언했다.

철도노조는 2주 단위의 투쟁계획을 제시하며 파업 지속 방침을 재확인했고, 7천300명 안팎의 파업 대오를 유지하는 데도 성공해 파업은 종착역을 가늠할 수 없는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정국을 강타한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청와대와 국회 등 정치권의 모든 이슈를 흡입한 가운데 철도파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완전히 사그라졌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 원내대표들이 11월 22일 철도노조에 장기 파업사태 해결을 위해 우선 파업을 철회하고, 국회 상임위원회가 파업사태와 관련한 진상조사를 벌이겠다는 제안을 하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됐다.

조정식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등 야 3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정부와 코레일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강행으로 철도파업이 두 달 가까이 지속하면서 국민의 불편은 물론 안전까지 크게 위협받고 있다"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철도노조가 대승적 차원에서 파업을 접고, 현장에 복귀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은 각 지부장이 참석하는 확대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지난달 23일 지부별 총회를 열어 야 3당에 대한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했다.

의견수렴 결과 일부 강경 분위기가 표출되면서 파업이 종료되지 않은 채 12월을 맞았지만 6∼7일 노사 집중교섭에서 열차운행 정상화라는 노사 합의안이 도출됐다.

지난주 들어 파업에서 복귀하는 노조원이 하루 수십 명으로 늘고, 탄핵과 촛불 정국으로 시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더는 사회적 관심을 끌어내기가 어렵다는 노조 지도부의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철도노조는 8일 확대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파업 종료 여부와 업무복귀 시기를 결정할 방침이지만 이미 노사 합의안이 나온 만큼 파업사태는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코레일이 본 직접피해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달 24일 현재 코레일이 추산한 피해액은 열차 운송 차질로 인한 손해액과 대체인력 인건비를 포함해 모두 68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직접피해액은 철도 영업손실에 국한된 피해일 뿐 시멘트와 컨테이너 등 화물운송 차질에 따른 전체 산업계 피해까지 고려하면 이번 철도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한경닷컴 뉴스룸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