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타운'으로 변신한 답십리 자동차 부품 거리

입력 2016-12-06 18:13
수정 2016-12-07 05:40
아! 그랬구나

한국 자동차 중동서 인기몰이
현지 부품 중개상들 몰려
1000여곳 중 30% 외국인 운영

아침마다 코란 읽는 소리
할랄음식 등 식당도 성업


[ 임락근/김동현 기자 ]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에선 매일 오전 6시 아랍풍의 이국적인 음성이 울려퍼진다. 이슬람 신도들이 ‘알타우히드’ 이슬람 예배당에서 기도를 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소리다. 아랍 음식점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성공한 사업가를 꿈꾸며 답십리 자동차 부품 상가에 정착하는 아랍인이 늘면서 이 일대가 ‘이슬람 타운’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답십리동 황물로17길 자동차 부품 상가에는 외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점포가 갈수록 늘고 있다. 상가 관계자는 6일 “가게가 대부분 영세하지만 중동 출신 외국인 주인이 늘고 있다”며 “1000여개 부품 가게 가운데 20~30%가량을 외국인이 운영한다”고 말했다.

이 지역 자동차 부품 상가는 1970~1980년대 전국 최대 규모였던 장안평 중고차시장과 함께 성장했다. 중동 출신 중개상들은 1990년대부터 이곳에 모여들었다. 시리아 이라크 요르단 등 중동 국가에 한국 자동차가 수출되기 시작하면서다. 1996년부터 ‘잘룩상사’라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시리아 출신 야세르 잘룩 씨(44)는 “현대차와 기아차 같은 한국 차가 중동에서도 인기가 있어 부품 수요가 많다”며 “시리아에서 한국인 수출업자와 거래하다가 더 싼 가격에 부품을 사들이기 위해 한국에서 사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동안 번 돈으로 얼마 전 주변에 4층짜리 빌딩도 구입했다”며 으쓱해했다.

중동 국가의 내전을 피해 한국으로 들어온 이들도 적지 않다. 부품가게 ‘바그다드 오토 스페어 파트’ 에서 일하는 아흐마드 씨(32)는 시리아 반군과 정부군 사이에 전투가 여전히 치열한 시리아 알레포 출신이다. 그는 “전쟁을 피해 2012년 한국에 정착했다”며 “자동차 부품을 사들여 이라크·시리아 등 중동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자동차 부품을 사러 부품 상가를 찾는 중동 바이어도 늘고 있다. 한 상가 관계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부품업체도 중동에서 건너온 바이어를 상대한다”며 “아랍인이 운영하는 업체와 함께 이곳을 찾는 아랍인도 덩달아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무슬림 식당도 생기고 있다. 황물로15길 ‘브라질 즉석 떡볶이’에선 떡볶이는 물론 각종 아랍음식도 함께 팔고 있다. 이라크 출신 나헤드 씨(48)는 “낮에는 떡볶이를 팔지만 저녁에는 시리아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이슬람 신자들은 율법에 따라 돼지고기를 먹을 수 없다. 일반 고기도 이슬람식으로 도축한 할랄 푸드만 먹는다.

한 식당에서 일하는 후아드 씨(42)는 “시리아에서 한국과 거래해왔는데 반군에 장악돼 지난해 현지 사업을 급히 정리해 한국으로 왔다”며 “식당에서 돈을 벌며 다른 중동 상인들과 같이 부품 가게를 여는 게 목표”라고 했다. 김창범 답십리 자동차부품연합회사무소 소장은 “정착한 중동 상인들이 큰 갈등 없이 한국 부품 중개상들과 잘 어울려 살고 있다”고 말했다.

임락근/김동현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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