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세계화는 글로벌 불평등의 주범인가?

입력 2016-12-05 19:14
자본자유화가 선·후진국 간 불균등 확대
나만이 아닌 모두를 위한 세계화 추진해야

최희남 < IMF 상임이사 >


지난달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대다수의 예상과는 다른 후보가 당선됐다. 영국 브렉시트 선거 결과에 이어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불만이 표출돼 여론조사와는 다른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분명한 메시지는 세계화에 대한 지지가 줄고 있다는 것과 세계화가 소득 불평등에 대한 주범으로 광범위하게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글로벌 불평등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브란코 밀라노빅은 불평등을 국가 간 불평등과 국가 내 불평등의 합으로 정의했다. 그에 따르면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1988년 이후부터 금융위기를 겪기 전인 2008년까지 신흥국가들의 경제 발전으로 국가 간 불평등은 축소됐고 국가 내 불평등은 커졌다는 결론이다. 승자는 상위 1%에 속하는 세계적인 부호들과 신흥국가의 중산층이다. 미국의 경우 상위 1%는 미국 부의 3분의 1을 소유하고 있다. 당연히 패자는 선진국의 중하위 소득계층과 근로자다.

어떻게 불평등이 확대됐을까? 여러 가지로 설명이 가능하다. 먼저 기술혁신이다. 기술 진보는 수송과 정보전달 비용을 절감시키고, 자동화를 확대해 생산성 제고에 기여했다. 새로운 시장이 개척되고 경제성장의 동력을 제공했다. 이런 과정에서 기술을 습득한 계층에 유리한 보상체계(skill premium)로 소득불평등을 심화시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의하면 기술혁신이 소득 격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빈번하게 소득불평등의 원인으로 비난받는 세계화가 불평등에 미친 영향은 명확하지 않다. 무역자유화로 선진국에서는 수입가격이 낮아져 저소득층의 실질 임금이 높아지고 낮은 저임금의 일자리가 중간소득 이상의 서비스 일자리로 전환되는 효과도 있다. 개발도상국에서도 저숙련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임금 상승으로 불균등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이 세계의 24%인데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의 11%에 불과해 대외의존도가 낮은 상대적인 폐쇄경제라고 할 수 있다. 무역자유화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약할 것이다.

반면 자본자유화는 선진국과 신흥국에서 불균등을 확대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외국인 자본 투자가 비교적 고숙련 첨단기술 분야에 집중돼 이들 분야에서 일하는 계층의 소득을 확대시킨다. 이에 수반한 금융 규제 완화도 금융자산의 집중과 금융기법에 따라 고소득층의 소득 확대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 양적완화와 제로금리로 대표되는 통화정책도 자산시장의 거품을 초래해 자산가들의 부를 확대시켰다.

그러면 왜 불균등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가? 과도한 불균등은 열심히 노력하고자 하는 동기보다 연줄과 관계에 의존하고 부정부패와 불공정을 초래해 거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OECD 분석에 따르면 불균등이 심한 국가는 교육을 통한 인적자본 형성을 저해하고 가난의 대물림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결국 건강한 중간계층의 형성을 저해해 소비수요를 위축시키고, 투자가 축소돼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실증분석이다.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세계화와 기술혁신에 따른 과실을 모두가 향유할 수 있도록 교육의 질을 개선하고, 직업훈련을 통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사후적으로도 조세, 재정정책을 통해 과도한 소득불균형을 시정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가 지적한 바와 같이 문제는 세계화가 아니라 취약계층을 지원해주는 세계화 과정 관리다. 이젠 나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세계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최희남 < IMF 상임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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