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 부결 파장
[ 임근호 기자 ]
이탈리아 개헌안 부결과 마테오 렌치 총리의 사퇴 선언에 이탈리아발(發) 금융위기 우려가 커지자 글로벌 시장 투자자들의 심리는 잔뜩 오그라들었다.
유로화 가치는 5일(현지시간) 장중 유로당 1.0658달러에서 1.0506달러로 약 1.5% 급락한 뒤 전거래일 이상으로 상승하는 등 크게 출렁했다. 코스피지수는 0.37% 하락한 1963.36,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0.82% 내린 18,274.99에 거래를 마치는 등 아시아 증시 대부분도 영향을 받았다. 이탈리아 개헌안 국민투표 전 이미 ‘반대’ 여론이 높았기 때문에 영국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투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 당선 때와 달리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았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전문가들은 렌치 정부가 추진해온 경제구조 개혁과 부실은행 처리가 지연되면서 글로벌 시장이 언제든 요동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크게 세 가지를 우려하고 있다. 이탈리아 은행의 부실채권, 오성운동 등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정당의 부상, 이탈리아의 유럽연합(EU) 탈퇴(이텍시트) 가능성이다.
이탈리아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올 하반기부터 떨어지고 있지만 평균 18%로 유럽 평균인 4.3%에 비해 여전히 높다. 이탈리아 3대 은행이자 이탈리아발 금융위기의 뇌관인 몬테데이파스키의 부실채권 비율은 33.2%에 달한다. 이 은행은 10억유로 부실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고 연말까지 50억유로를 유상증자하기로 했지만 국민투표 부결로 추진이 불투명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탈리아 국채 가격 하락과 신용등급 강등으로 추가 담보 요구가 이어지면 취약한 이탈리아 은행이 또 한번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관측했다. 이탈리아 은행이 줄도산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금융시스템 전반에 패닉이 초래될 수 있다.
투자자는 이탈리아의 정치적 혼란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레이 아트릴 NAB글로벌 외환투자전략 부문장은 “이른 시일 내 차기 정부가 구성되지 않으면 은행 부문 우려가 표면으로 드러나면서 유로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과도정부가 꾸려지더라도 내년 상반기로 앞당겨질 총선 때까지 불확실성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총선에서 극우 포퓰리즘 정당인 반EU 성향의 오성운동이 집권하면 이탈리아의 EU 탈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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