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짜장을 넘다③] 배달기사의 하루…"유니폼입고 사무실로 출근해요"

입력 2016-12-05 15:05
수정 2016-12-05 15:52
배달기사 쉼터 '부릉스테이션' 방문기
IT 업체 배달 시장 진출 그 이후

"시간당 배달 건수 늘어 무리 안해도 돼"
복지·수익 긍정적 변화들…사회적 인식 변화 기대



서울 영등포의 복합쇼핑몰인 타임스퀘어 근처 한 오피스텔. 이 건물 1층엔 배달 대행 서비스 '부릉'의 제휴 기사들이 머무는 휴식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부릉스테이션'이라고 불리는 이 공간에서 기사들은 주문이 없을 때 휴식을 취하고 회의도 한다.

지난 2일 오후 4시 부릉스테이션 영등포지점을 방문했을 때 10명 남짓한 배달기사들은 소파에 둘러 앉아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주문이 몰리는 점심시간이 지나 비교적 한가한 때라고 했다.

"저희만의 공간이 생겨서 좋죠. 예전엔 편의점이나 길거리에서 대기할 때가 많았어요."

부릉 영등포 지역을 총괄하고 있는 정수환씨(31)는 과거에 비해 배달기사들의 근무 환경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4년전부터 영등포에서 배달 대행업체를 운영해온 정씨는 현재 메쉬코리아와 제휴를 맺고 배달 대행 앱(응용프로그램) '부탁해'와 부릉 고객사의 영등포 지역 배송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정보기술(IT) 기업이 선보인 배달 대행 서비스들은 대부분 지역별 배달 대행업체를 통해 배달기사를 채용하고 있다. IT 기업이 배달 시장에 진출하면서 기사들의 근무 환경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음식점에 직접 고용되지 않고 배달 대행업체와 계약을 맺고 일하는 기사들은 근무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많다. 배달에 필요한 오토바이를 자비로 구매하거나 빌려야 하고, 배달이 없을 때 대기하고 있을 공간도 없다. 현행법상 대행업체 소속 배달 기사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배달 사고시 책임도 개인이 떠안아야 한다.

이같은 문제점을 하나씩 해결하기 위해 메쉬코리아는 '배송기사 섬김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를 포함해 전국 물류 거점에 설치한 40개의 부릉스테이션이 대표적이다. 정씨는 "배달 대행업체에 따라 작은 사무실을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이정도 규모의 공간을 기사들을 위해 제공하는 곳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배달기사 개인의 수입도 나아졌다는 게 정씨의 판단이다. 전체적인 물량이 늘어난 데다 주문 접수와 기사 매칭 등이 온라인을 통해 자동으로 이뤄지면서 시간당 처리할 수 있는 배달 건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근엔 배달 품목이 식사 음식 외 디저트, 편의점 상품 등으로 확대되면서 추가 수입도 늘었다. 부릉 영등포 지역 기사들의 경우 하루 배달 물량의 70%가 음식이며 나머지 30%는 생필품과 같은 기타 품목이다.

정씨는 "배달 수수료가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시간당, 하루당 처리하는 주문량이 늘어나면서 기사 개인의 수입도 늘었다"며 "기사 1명이 보통 시간당 3~4건 주문을 처리해 시급으로 따지면 1만원 안팎을 버는 셈"이라고 말했다.

배달 건수를 늘리기 위해 지나치게 오래 근무하거나 목숨을 건 질주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이제는 무리하게 일하지 않아도 수입이 일정 부분 발생하는 만큼 하루 근무시간은 10시간으로 정해 삶의 질도 보장한다는 게 정씨의 방침이다.

배달 기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데도 IT 기업의 진출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메쉬코리아는 제휴 배달 기사들에게 브랜드 '부릉' 로고가 새겨진 배달가방과 작업복, 헬멧 등을 무상 지원하며 오토바이 무이자 할부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기사들의 전문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배달기사의 이미지가 개선되려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사들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부분도 중요한 것 같다"며 "메쉬코리아와 같은 업체들의 배달기사 복지 정책은 업계 이미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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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